이제 곧 '파란불' 입니다

[태우의 뷰파인더 2] 청년실업자가 청년실업자에게

등록 2004.03.01 00:19수정 2004.05.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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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보았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생선을 파시는 할머니가 울먹이는 걸 보았습니다. 불황이 계속 되는 지금,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할머니의 차분하던 목소리는 금세 울음이 되었습니다.


“먹고사는 거 힘든 거야. 뭐, 그렇다고 쳐도… 그렇게 힘들게 배웠는데 그걸 못 써먹는 애들이 불쌍해서 그러지.”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습니다. 방송에서는 할머니의 속사연을 들을 수 없었기에 저는 나름대로 '눈물의 이유'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혹시 할머니에게 어렵게 대학공부까지 하고도 취직시험에서 계속 낙방의 쓴잔을 마시는 손녀, 혹은 손자라도 있었나 봅니다.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한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제발 좀 조용히 해주십시오”

모 방송국의 시트콤에 나오는 고시생 캐릭터는 늘 한 가지 대사를 반복합니다. 시트콤 작가는 비정한 현실을 비틀며, 캐릭터를 구체화시키고, 그로 인해 웃음을 유발시키려고 한 것 같습니다.

시트콤이 주는 단순하고, '1차원적인 웃음의 휴식'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트콤을 볼 때마다 저는 시트콤이란 장르가 ‘구름 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걸 느낍니다. 저는 그 대사가 하나도 재미있지 않습니다.


김태우

지금은 빨간불입니다. 멈추어 서있는 젊은이들의 발끝으로 눈물이 뚝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 동안 키워주신 부모님을 뵐 낯이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을 어쩔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걷는 중입니다. 일하고 싶은 그들의 소망은 간절합니다.

IMF 이후에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비단 젊은이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사오정'과 '오륙도', '육이오'로 이어지는 은어들이 방황하는 그들의 발길에 채입니다.


하지만 너무 우울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뀌지 않는 신호등을 멍하니 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목표지점을 낮추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5년, 10년 뒤를 내다보며 몸을 웅크릴 때입니다. 몸을 웅크리며 독기를 품어야 할 때입니다. 더 몸을 웅크릴수록 더 멀리,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낙심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은 사거리의 신호등이 모두 빨간불이어서 엄청난 혼돈이 계속 되고 있지만, 이 불황은 반드시 정리될 것입니다. 비어지면 채워지고, 채워지면 비어지듯이, 혼돈이 있으면 질서를 되찾기 마련입니다.

김태우
그 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독사처럼 혀를 날름거리면서, 독수리처럼 지치지 않는 날개 짓으로, 매미의 끈질김으로 두 눈을 부라리며 갑시다. 지금은 고통일 뿐이지만, 나중에 이 고통은 우리를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힘들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의 고통을 무시하지 않고 안아줄 수 있는 더 큰 가슴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고난이 다가와도 움츠러들지 않는 강한 심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빨간불만 들어오는 신호등은 없습니다. 우리가 깨어서 준비한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디게 절망하고, 우리가 조금만 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신호등의 불은 바뀔 것입니다.

이제 곧 '파란불' 입니다.

김태우

덧붙이는 글 | - 김태우 기자의 다양한 글을 싸이월드 클럽 '태우의 글상자(writinglife-woo.cyworld.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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