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친구가 작은 찻집을 운영했던 적이 있다. 가끔 친구의 찻집에 들러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들끓던 걱정과 한숨도 잦아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워보였다. 내가 이유를 묻자, 친구가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위생검사를 나오면 그 사람들한테 돈을 쥐어줘야 하고, 소방검사를 나와도 돈을 쥐어줘야 하고…. 원리원칙대로 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검사를 나온 사람도 '제대로' 검사를 할 마음이 없고, 친구도 솔직히 '제대로' 검사를 받기가 싫었다는 푸념이었다. 친구는 돈을 받아 가는 사람들을 원망했지만 그 역시 돈을 주지 않고, 정당한 검사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흔히 통용된다. 하지만 과연 이 말이 옳을까.
‘너도 좋고 나도 좋으니, 이게 곧 좋은 일이다’는 뜻이 이 말에 담겨있다. 하지만 이 말이 사용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 말이 옳지 않다는 걸 금세 눈치챌 수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 봐달라며 돈을 건네는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니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너는 무사 통과니까 좋고, 나는 돈을 받아 좋으니 금상첨화라는 논리. 이 말에서 쓰이는 ‘좋은 것’은 결국 ‘악취 나는 타협’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불법정치 자금을 건넨 기업주나 그 돈을 받아먹은 정치인들이 서로 ‘끈적끈적한’ 악수를 나누며, 혹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좋은 게 좋은 거야."
결단코 ‘좋은 게’ 좋은 건 아니다. 정당한 방법이어야만 그게 좋은 게 될 수 있다.
목적이 아무리 그럴 듯 하다고 해도,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것이 정당한 방법으로 구현된 것이 아니라면 그건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