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파타르에서 바라보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눕체. 왼쪽 눈덮인 봉우리가 에베레스트 숄더, 검은 바위봉우리가 에베레스트, 그 오른쪽으로 겨우 드러난 검은 바위봉우리는 로체, 그 옆은 눕체.김남희
트레킹 여덟째 날
날씨 :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걸은 구간 : 로부체(Lobuche 4930m)-고락쉡(Gorak Shep.5150m)-칼라파타르(Kalapatthar. 5545m)-고락쉡-로부체
소요 시간 : 7시간
복장 및 위생 상태 : 불량
눈을 뜨니 6시다. 날은 화창하게 개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우선 복장부터 새롭게 무장한다. 그동안은 내의 위에 플리스 천을 안으로 덧댄 겨울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오늘은 고소내의 한 벌을 더 입는다. 양말은 세 켤레를 껴 신고, 위에는 플리스 티셔츠 두 개, 그 위에 보온 점퍼, 다시 윈드스토퍼를 입고 마지막으로 점퍼를 걸친다. 보온 모자와 장갑을 끼고, 어젯밤 던킨에게 빌린 바라클라바와 방풍 장갑을 가방에 넣는다.
오늘은 짐을 작은 가방 하나로 줄여 마실 물과 비상 식량, 여벌의 옷
만을 넣고 그 가방을 기얀드라에게 준다. 우리는 각자 카메라 하나씩만 메고 스틱을 들었다.
뜨거운 코코아를 한 잔 마시고 7시 10분에 출발.
계속 굽이도는 바위 언덕 길이다. 페리체를 떠난 지 두 시간 만에 고락셉(Gorak Shep)에 도착한다. 집 두 채가 전부인데 그 중 하나는 문을 닫았다. 스노우랜드 인(Snowland Inn)에서 토스트와 코코아로 아침을 먹고 10시에 다시 출발. 푸모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급한 경사의 언덕길을 오른다.
1시간 넘게 이어지는 흙길. 북소리처럼 울려오는 내 심장 소리. 그 다음은 너덜바위들이 널린 길이다. 30분 쯤 오르니 고갯마루가 나온다. 여기가 정상인가 둘러보는데 기얀드라가 말한다.
“여기가 칼라파타르야. 저 위랑 전망은 똑같아.”
음, 저 위가 정상이군. 이 놈이 이제 잔머리까지 쓰네. 그것도 금방 들통나는 잔머리.
“더 올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