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밭에서 건져 올린 자리돔 축제 (1)

바다가 아름다운 보목마을을 찾아서

등록 2004.06.19 00:38수정 2004.06.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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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4km. 그곳에 가면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a 바다가 아름다운 보목마을

바다가 아름다운 보목마을 ⓒ 김강임

'눈이 오면 개가 짖는다'는 이 곳은 보목마을로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신의 축복을 받은 마을이다.

마을 포구에 다다르자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조용하던 보목마을 포구는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찾아오는 손님들로 마을 전체가 술렁인다. 맛과 흥이 어우러진 수산관광축제인 자리 돔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a 자리구이를 아세요?

자리구이를 아세요? ⓒ 김강임

자리 돔은 제주의 맛을 대표하는 바다고기로 언뜻 보아서는 생김새가 붕어처럼 생겼다. 특히 자리돔은 제주 근해에서만 잡히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에게 여름철 바다고기로 일품이다.

포구 끝에 서니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은 섶 섬이 신기루처럼 바다 위에 떠 있고, 마을 포구 동편에는 끝없이 이어진 바다 모퉁이에 파도 소리를 삼키고 있는 제지기 오름이 마을을 지킨다.

지난 6월 11일~13일 3일 동안 보목 항에서 '자리 돔 축제'가 열렸다. 자리 돔 축제는 자리 돔을 소재로 어업인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 가는 수산관광축제다.

축제 기간 동안 자리 돔 요리 판매 행사와 사들(자리돔 그물) 시연, 테우놀래기, 낚시, 보말 잡기 체험, 자리 돔 비닐 벗기기 등 풍성한 한마당 잔치가 열려 바다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여름을 선물했다.

a 포구에서 테우를 타는 소녀

포구에서 테우를 타는 소녀 ⓒ 김강임

자리 돔 축제가 무르익어 가는 축제 마지막날 보목마을을 찾았다. 포구에 들어서자 테우를 탄 소녀가 오는 이를 반긴다. 한가롭게 바다 위에 떠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여유를 느낀다. 그 소녀가 테우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바다 밭에서 보물을 건져내는 어부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a " 여러분 환영 합니다"

" 여러분 환영 합니다" ⓒ 김강임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바다를 지키는 보목리 사람들이 아껴 둔 한마디의 인사가 바람에 나부낀다. 오는 이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바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는 순간이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 마음으로나마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겠다는 아름다운 표현에 따스함이 느껴진다. 아니 깊은 바다 밑에서 일용할 양식을 건져내 준 어부와 해녀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a 만국기가 펄럭이는 포구에는

만국기가 펄럭이는 포구에는 ⓒ 김강임

바다로 이어지는 포구를 지키는 또 하나의 단골 손님은 포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고깃배들이다. 아침이면 제주바당을 열고 먼길을 떠나는 고깃배들 사이에 만국기가 펄럭인다. 포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고깃배들. 거친 바다를 헤치며 자리 돔을 건져냈을 생각을 하니, 땀 냄새가 스며 오는 것 같다.

a 자리돔  구경하세요

자리돔 구경하세요 ⓒ 김강임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제 막 잡아 올린 자리 돔이 손님들에게 얼굴을 선보인다. 청정 제주 바다 밭에서 건져 올린 어부들의 귀한 선물들. 이 자리 돔을 팔아 아이들 학비도 보태고 생활비도 쓰고 삶을 꾸려 갔을 어부들 생각을 하니 착잡한 기분이 든다.


바다 끝 천막 속에서는 해녀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자리 돔을 손질하는 해녀들의 손끝에 바다 냄새가 묻어 있다. 자리 물회를 만드는 사람, 자리구이와 강회를 만드는 해녀들은 신이 나 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척척 손발이 잘 맞는다.

a 해녀들이 잡아올린 소라

해녀들이 잡아올린 소라 ⓒ 김강임

뜨거운 숯불 위에서 갓 잡아 올린 자리를 구워내는 광경을 보니 입에서 군침이 돈다. 그 구수한 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해녀들이 잡아 올린 소라구이를 보니 식욕이 돋는다. 바다 밑바닥, 그것도 숨도 쉬지 않고 땅 끝까지 내려가서 소라와 해삼, 멍게를 따 왔을 해녀의 고통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a 등대와 축제

등대와 축제 ⓒ 김강임

언제나 바다 끝에는 등대가 있다. 특히 보목리 포구 끝에 홀로 서 있는 빨간 등대는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와 대비를 이룬다. 섶 섬을 향해 손짓이라도 하듯이 등대는 섶 섬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보목리 바다 끝을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여름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아직은 팔뚝이 시커멓게 그을리지 않았지만 벌써 얼굴은 구리 빛이다. 밀려오는 파도와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바다는 어떤 곳일까?

a 포구 끝 아이들

포구 끝 아이들 ⓒ 김강임

아마 보목리 사람들에게 바다는 꿈과 낭만,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고향으로 간직될 것이다. 또한 삶을 일궈내는 터전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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