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 누가 언론학회를 매도했다는 말인가

등록 2004.06.19 07:58수정 2004.06.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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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학회의 탄핵방송 보고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양상은, 기세등등하게 공세를 취하던 <조선> <동아>와 언론학회가 수세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수준의 보고서라며 자신만만하던 이민웅 책임연구원은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단다. <조선>의 16일자 '기자수첩'이 전하는 심경이다.

'기자수첩'을 쓴 최승현 기자는 내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언론학회 권위, 땅에 떨어졌다'에 대해 "원색적 비난이 가득하다”고 평했다. 최 기자에 따르면 "연구 지휘를 맡은 이민웅 한양대 교수는 연구진 6명 중 4명은 이른바 '개혁' 성향의 386세대였으며 데이터가 보여준 '편향성'에 연구진도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 할리우드 액션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386세대는 모두 개혁 성향이라고 우기는 이 교수의 발상이 놀랍다는 생각만 밝힌다.

같은 날 <조선>에는 양승목 서울대 교수의 시론 '언론학회 매도하기'가 실렸다. 양 교수는 여기서 "한국 언론학계를 대표하는 언론학회가 졸지에 음모 집단으로 매도되고,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성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대표라는 게 유일성의 의미라면 언론학회는 그 자격이 모자라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비난'이라는 인식은 최 기자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보고서의 문제를 지적한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지 않았다. 최 기자가 내 글 중에서 예시한, 학회답지 않은 언론학회의 풍경에 대한 묘사도 사실에 입각하여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지 터무니없는 비난이 아니다. 그것도 많이 자제한 것이다.

방송학회와 언론정보학회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지적들도 마찬가지다. 양 교수는 그렇게 모호하게 표현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양 교수는 또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보고서가 균형의 개념을 단순히 산술 측면에서가 아니라 질적인 측면까지 포함해 포괄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았을까? 질적인 분석이라는 프레임 분석을 보자. 보고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미지 프레임을 이렇게 대비시켰다(85~89쪽).

열린우리당: 개혁적 민주세력, 역부족인 피해자, 동정을 유발하는 약자
한나라당: 비개혁적 가해자, 정략적 정치집단, 위기에 처한 민의 외면 집단

8일 동안 방송의 수많은 언어 표현과 보도의 주제, 영상 이미지 등을 이렇게 자극적이고 단순하게 규정한 보고서의 이미지 프레임이 오히려 편파적이다. 연구자들은 방송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치밀한 사전 각본에 의해 이런 이미지 프레임을 조작해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방송의 조작된 이미지 프레임에 따라 국민들이, 나아가서 헌재 재판관들까지 부화뇌동한 것일까? 탄핵사유도 되지 않은 사안으로 탄핵을 관철시킨 거대야당이 약자요, 개혁적 민주세력이라고 이미지 프레임을 만들었으면 공정했다고 할 것인가?

윤영철 책임연구원에 대해서도 그렇다. 나는 윤 교수에 대해 3월 29일자 중앙 시평 '탄핵 방송의 잘못된 변명'을 염두에 두고 그가 적절한 연구책임자가 아니었음을 지적했을 뿐이다. 윤 교수는 이 칼럼에서 "탄핵관련 방송내용 전체를 놓고 분석해본다면 열린우리당에 유리한 내용이 더욱 많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확신에 찬 결론을 내리고 있는 사람에게 학회 집행부가 임의적으로 분석을 의뢰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한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성 비난이 되는가?

<동아일보>는 18일자 사설 '방송위, 언제까지 눈치 볼 건가'에서 "이제 와서 보고서를 문제삼는 것은 공적 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약속위반"이라며 "방송위가 방송사의 일탈과 편향에 단호한 자세를 보이라"고 독촉했다. 방송위는 일탈과 편향으로 일관한 <동아>와 <조선>의 겁박에 개의치 말고 언론학회 보고서를 폐기 처분해야 할 것이다.

탄핵방송 보고서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편향적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방송 저널리즘 연구의 기념비적 업적을 남겼으며, 혹여 학회의 계획대로 미국에라도 소개되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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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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