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봄이 끝나고 여름이 오면 나리꽃 종류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백합이라는 이름은 중국식 이름이고 본래 우리 나라에서는 나리꽃이라고 불렀답니다. 나리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꽃들 또한 많으니 그런데도 '백합'하면 떠올리는 그 꽃을 소개합니다.
백합을 볼 때마다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습니다. 80년대 초 강원도 횡성의 어느 깊은 산 속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밤이 되자 별들이 초롱한 것은 물론이요.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며,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와 풀내음이 온 천지를 감싸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백합의 향기는 감미로웠습니다. 아침이면 그 향기로운 백합의 아름다운 자태를 꼭 보리라 다짐을 하고 꽃향기에 취해 일어난 새벽 백합 옆에는 가시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하늘거리는 바람을 타고 백합이 흔들리며 가시나무의 가시에 그 어여쁜 꽃잎이 찔려 상했습니다.
'하필이면 백합 옆에 가시나무를 심었을까?'
그러나 이내 꽃을 심은 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궁금증이 풀어졌습니다. 가시에 찔리면서 더 깊은 향기를 내기에 일부러 백합 주변에 가시나무를 심은 것이었습니다. '고난의 승화 혹은 고난의 향기가 이렇게 진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고난을 오히려 깊은 향기로 승화시킨 백합이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또 고난이 삶의 친구와도 같은 것이라고 여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