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47

동성군의 구름차 7

등록 2004.06.28 01:44수정 2004.06.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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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와 바리는 동성군님을 터주신의 집으로 모셔와 황토로 만든 집 안으로 옮겼습니다. 그 방은 흙냄새가 향기로왔습니다.

업장군님은 얼른 비단으로 만든 자리를 펴고 피곤해 하는 동성군님을 자리에 눕혔습니다.


언뜻 보기에 그냥 자그마해 보이는 그 방에 칠성님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방은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하늘과 그곳에 맞닿은 지평선이 전부 황토가 되어 이 땅에 들어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온통 황토로 뒤덥힌 세상에서 바리와 백호는 동성군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바리와 백호 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던 다른 사람들 모두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일이…."

"그래, 사람들은 많이 안 다쳤는가…?"


"그러게 내가 인간세상엔 함부로 나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업장군님이 동성군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터주신은 무슨 말을 해야좋을지 몰라 무릎을 꿇고 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숨을 들이쉬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세상에, 어이구 세상에…."

백호가 말했습니다.

"그 호랑이들이 동성군님의 구름차를 빼앗아서 일월궁전으로 가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삼신할머니의 버드나무 가지를 빼앗겨서 더이상 호랑이들을 늘릴 수 없으니, 이제 일월궁전에 들어가는 것을 서두르려는 모양입니다."

놀란 바리가 물었습니다.

"그 구름차가 있으면 일월궁전으로 갈 수가 있어?"

동성군이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일월궁전으로 곧바로 갈 수 있는 길은 없다. 그 구름차만이 인간세상에서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거든. 하늘나라에서 불러주지 않는한 이 세상 사람들은 절대 그곳으로 갈 수 없어. 그런데 그 구름차를 빼앗아갔으니 일월궁전에 가는 것은 이제 정말 시간문제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그 구름차는 주문만 알아내면 얼마든지 부피를 늘릴 수도 있고 나누어가질 수도 있단 말이야. 그 호랑이들이 주문을 알아낼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그 주문을 알아낼 수 있으면 그 많은 호랑이들이 그 구름차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올거야."

모두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동성군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그 아파트에 있던 아이들이 너무 가여웠어. 분명히 엄마 아빠가 어딘가 나가고 이웃집 아이들이랑 놀고 있었을거야. 열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베란다에 매달려 울고 있는데 내가 그 때 구름차를 안 줬으면 분명 그 건물에 깔려 죽어버렸을테지… 그 아이들만 아니었을거야. 거기에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나. 다들 하늘이 점지해준 귀한 생명인데…. 나쁜 산오뚝이들 같으니… 그 길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을거야, 아이구, 세상에… 아이구 세상에…."

백호는 아무 말도 없이 무섭게 콧바람만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아주 화가 나있었습니다. 하지만 침착하게 정신을 차리고 말했습니다.

"주문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호종단의 역술서가 그 호랑이들 손에 들어가 있습니다. 주문이 아니더라도 무슨 방법을 써서 그 구름차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겁니다. 우리가 먼저 그 일월궁전에 들어가야합니다, 그래서 막아야지요. 그 호랑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칠성신 중 한명이 말했습니다.

"그 구름차를 타고 일월궁전에 가면 얼마나 걸리나?"

동성군이 대답했습니다.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을 걸세. 그 호랑이들이 그 주문을 언제 푸느냐에 따라 다르지…"

바리가 백호를 보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빼앗아오면 안돼?"

백호가 말했습니다.

"바리야. 얼른 조왕신에게 찾아가자. 그래서 우리가 먼저 일월궁전에 가자. 우리가 있는 한 그 녀석들은 절대 일월궁전에 못 들어올테니. 그리고 호랑이들이 구름차를 조정한 주문을 알아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 금방은 올라가지 못해…."

칠성님들은 서둘러 하늘나라로 올라가야했습니다. 동성군은 구름차를 뺏기기는 했지만 다른 분의 구름차를 나누어 탔습니다. 동성군이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바리야, 얼른 일월궁전에 올라오렴. 너는 잘 할 수 있을거야."
바리가 대답했습니다.

"천문신장님이 그러셨어요. 아무리 멀고 힘들어도 가야할 사람은 다 그곳에 가게 된다구요. 내가 가려고 하지 않는한, 가려고만 하면 가게 될 거에요. 전 꼭 가요. 가서 호랑이들을 물리치고 엄마 아빠를 다시 찾을 거에요."

백호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터주신님, 업장군님, 이제 저희들에게 기를 나누어 주십시오."

터주신은 여의주를 품 안에 넣고 기를 넣어주셨습니다. 그러자 업장군은 잠시 구렁이로 변하여 또와리를 틀어 그 안에 여의주를 넣고 기를 불어넣어주셨습니다.

터주신은 여의주를 돌려주면서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바리야, 만약 조왕신에게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를 부르려무나?"

"어떻게요?"

바리가 묻자 터주신이 바리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말씀하셨습니다.

"날 제 빈 그릇
들어올 제 찬 그릇 수레 대어 실어 들어
먹고 남게 도와주고 쓰고 남게 도와주소서.
우리 황토 터주 대감
모든 염려 모든 걱정 모두 모두 모아 담아
우리 소원 그 그릇에 담아 이 황토에 뿌립니다.
밤이 되면 불이 밝고 낮이면은 물이 맑고
온세상 환한 세상 갖추어 맑게 해주옵소서."

터주신이 손가락을 떼었습니다.

길다란 주문이었지만, 머리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백호가 물었습니다.

"터주신님, 성주신님을 어디에 가면 뵐 수 있지요?"

터주신은 고개를 떨구고는 말했습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바리와 백호는 터주신이 무슨 말을 꺼내실까 궁금해하며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소나무숲에 길이 많이 뚫려서 나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네. 아마 그 나무들을 어딘가에서 지켜주고 있겠지."

터주신이 말씀하셨습니다.

칠성님들이 타고 계신 구름차는 우렁찬 꽹과리 소리가 울려펴지면서 힘차게 솟아올랐습니다.

칠성님들이 올라가신 자리는 파란 하늘이었지만 북두칠성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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