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46

동성군의 구름차 6

등록 2004.06.24 02:37수정 2004.06.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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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엄마.”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 넘어지는 사람들, 호랑이에 놀라 정신을 놓치고 전신주를 들어받는 차들,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려 어디로 뛰어야할지도 모른채 마구 달리기도 했습니다. 큰길가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경찰관으로 변해있던 동성군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어 호랑이를 향해 쏘았습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마치 구름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동성군을 향해 머리를 길게 뻗고는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아무리 총을 쏘아도 호랑이에게 흠집 하나 낼 수가 없었습니다.

동성군은 길가에 서있는 자동차 위에 올라가 하늘이 울릴듯 큰 소리로 호랑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대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뭐야? 뭔데 여기까지 나타났어?”

산오뚝이 하나가 동성군에게 날아와 말했습니다.


“동성군님의 구름차가 필요하우다. 더 큰일이 나기 전에 그 구름차를 우리에게 넘겨주시는 것이 어떤지.”

사람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를 향해 수많은 총알을 발사했지만, 호랑이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탱크만한 발로 경찰차를 짓이기고 건물 뒤로 던져버리기만 했습니다. 수많은 경찰차들이 호랑이를 죽이기 위해서 모여들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산오뚝이는 동성군을 향해서 말했습니다.

“동성군, 사람들이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그 구름차를 내놓겠오?”

그곳은 완전히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우는 아이들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동성군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구름차를 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구름차에는 또다른 어마어마한 힘이 숨어있었습니다. 그것을 함부로 줄 수는 없었습니다.

총을 쏘며 그리고 다른 도술을 부리며 호랑이가 가는 길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호랑이는 구름처럼 움직이면서 거칠 것 없이 도시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호랑이는 순간 고개를 돌려 어딘가 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건너편에 있는 높은 아파트 건물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발을 천천히 옮기며 그 건물을 향해 다다갔습니다.

그것을 넘어뜨리려는 것 같았습니다.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호랑이가 아파트를 쓰러뜨릴 것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곳을 본 사람들은 전부 우루루 몰려나왔습니다.

동성군은 호랑이가 가는 길을 뒤쫓아 갔습니다. 호랑이보다 빠르게 달음질하여 아파트 아래에 다가선 순간 9층 베란다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와 같이 있는 아이들은 엄마손에 이끌려 재빨리 건물을 빠져나왔지만, 엄마가 어디에 갔는지 아이들끼리 모여 놀고 있던 그 어린아이들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베란다에 매달려 큰소리로 울고만 있었습니다.

7살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 동성군은 고개를 돌려 호랑이를 막아섰습니다.

“그 건물 건드리지 마라, 이 못된 호랑이 녀석아. 얼른 내 구름차를 가져가고 여기에서 냉큼 사라져.!”

동성군이 팔을 앞으로 뻗었습니다. 두 팔 사이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솟아났습니다.

그것을 본 호랑이는 고개를 동성군 쪽으로 가까이 숙였습니다.

구름은 동성군의 키를 훨씬 뛰어넘어 나무만큼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햇볕을 받는 그 구름은 꽃처럼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호랑이는 그 어마어마한 발을 뻗어 구름을 낚아채려하였지만, 얼른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러자 호랑이 몸속에서 엄청난 바람이 불더니 그 구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가 넘어지고 길거리에 있던 차들도 그 바람에 이끌려 굴러다녔지만 그 바람은 다른 것들은 놔둔채 동성군의 구름만 호랑이 속으로 빨아들였습니다.

구름을 안고 있는 동성군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여기저기 끌려다녀야했습니다.

어느덧 바람은 멈추고, 호랑이와 산오뚝이들이 사라져 버린 후 동성군은 그 보습학원 골목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누워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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