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45

동성군의 구름차 5

등록 2004.06.22 02:30수정 2004.06.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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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군님은 그날도 구름차를 타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칠성님들은 전부 구름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핸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브레이크가 달린 것도 아닌, 그냥 여러 가지 색깔로 빛나기만 하는 그 구름차였지만 그것만 있으면 칠성님들이 각자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고, 세상 어디든 금방 데려다 주었습니다. 구름차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인간세상에서 용이나 하느님이 아닌 이상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 구름차가 전부였습니다.


삼신할머니가 이야기한 그 형준이는 오늘도 보습학원으로 공부를 하러 나가는 길인 듯 했습니다.

동성군은 구름차에 숨어서 조그마한 아기 구름인양 몰래몰래 그 아이를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보습학원 문 앞에 이른 형준이는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는 않고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습니다다. 형준이가 그러고 있는 사이 보습학원 안에서 몇명 아이들이 떼를 지어 밖으로 나와 형준이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형준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인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서만 아니라 형준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느라 형준이가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런…. 밖으로 나와서 아이들을 직접 돌보질 않으니 힘 좋은 재능을 가지고 나온 아이들이 저렇게 깡패짓이나 하고 앉아있군 그래. 내가 직접 손을 봐줘야되겠군.”


동성군은 구름차에서 내려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와 형준이가 들어간 골목길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형준이는 그 아이들에게 붙잡혀 매를 맞고 있었습니다.


“야, 임마, 내가 오늘까지 나한테 빌려간 돈 갚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네가 나한네 돈을 언제 꿔줬다고 그래? “

“이 나쁜 놈아, 나한테 가져오기로 하고 아직까지 안 갖고 온 돈이 얼마나 되는데 이렇게 딴소리야,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나…”

형준이 주위로는 아이들 세 명이 더 있었습니다. 동성군은 아이들을 쫓아내려고 경찰관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그 아이들의 모습은 좀 이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수호선녀의 호리병이 주변에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수호선녀의 호리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형준이의 호리병만 허리 주변에 매달린체 허공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경찰관으로 변한 동성군은 호각을 꺼내어 힘차게 불었습니다.

“휘익-. 거기 뭐하는 놈들이야, 얼른 그 아이 가만 두지 못해?”

골목 입구에 서있는 경찰관을 보고도 아이들은 눈도 끔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녀석들, 내가 하는 말이 말 같이 안 들려?”

동성군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 세명이 슬금슬금 골목 밖으로 나왔습니다,

형준이는 얼른 일어나 골목 뒷쪽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경찰관을 보고도 겁내는 표정이 없었습니다. 도리어 동성군을 겁을 내어 쫓으려는 듯 들개들처럼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기만 했습니다.

그 중 한명이 동성군을 보자 말했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성군 나으리.”

동성군은 순간 아주 놀랐습니다.

다른 녀석이 말을 이었습니다.

“이렇게 몸소 인간세상으로 나와 아이들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될 줄은 미처 몰랐군요.”

“너희들은… 너희들은….”

동성군은 그 아이들 뒷꽁무니에서 꼬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재주를 넘어 금방 산오뚝이들로 변했습니다.

“우리 호랑이 대왕님이 동성군님과 하실 이야기가 있다고 하외다, 저희랑 같이 좀 가주시외다.”

“이놈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너희같이 조그마한 것들이 돌아다니는거냐. 얼른 산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동성군이 외치자 산오뚝이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산에 살지 않수다. 그리고 돌아갈 산도 이젠 거의 남아있지 않수다.”

다른 산오뚝이가 말했습니다.

“동성군님이 우리를 순순히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수다,”

동성군이 말했습니다.

“이 조그마한 것들이 하늘이 무서운줄을 모르고, 얼른 저리 가지 못해? 어디서 협박들을 하는게야?”

그 산오뚝이들은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겁 없이 서있는 산오뚝이들 뒤로 무언가 나타났습니다.

공중에서 커다란 눈알이 번뜩거리는 것이었습니다 .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땅에서 솟아났는지 커다란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호랑이의 모습에 놀란 동성군은 순간 어쩔 줄을 몰라 뒷걸음질로 큰길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뭉게뭉게 구름처럼 모습을 갖추고 있던 호랑이가 마침내 큰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마어마한 호랑이였습니다.

사람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길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호랑이는 정말 괴물과 같았습니다.

눈이 불처럼 빛나고 있었고, 몸집은 빌딩만했습니다.

호랑이의 머리 위로는 그 산오뚝이들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얀 거죽에 내려그은듯한 그 푸르스름한 줄무늬는 마치 펄럭이는 깃발처럼, 아니면 하늘로 치솟는 파란 불꽃처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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