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50

길도 이름도 없는 숲 3

등록 2004.07.01 22:59수정 2004.07.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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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고개숙이고 있던 이끼들이 말했습니다.

"이끼요? 우리들은 이끼가 아니랍니다."


그러자 바리 주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끼들의 줄기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껴기 시작하더니 위쪽으로 고개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고개를 땅을 향해 숙이고 있었을 뿐 전부 아름다운 꽃송이와 향기나는 이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와아…."

바리는 갑자기 울긋불긋 물드는 숲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 숲은 순식간에 봉오리를 여는 커다란 꽃송이 같았습니다.

“ 여러분들은 꽃님들이시로군요.”


백호가 말했습니다.

“꽃들의 영혼들이시로군요.”


장미꽃도 있고, 튤립도 있고 채송화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더 많았습니다. 꽃님들을 들여다 보며 즐거워하던 바리는 어느 꽃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꽃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이름이요?”

바리로부터 질문을 받은 꽃님은 대답 대신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바리가 꽃님들을 가리키며 계속 말했습니다.

“예, 저 꽃은 장미꽃이구요, 저 꽃은 민들레잖아요, 그런데 꽃님의 이름은 모르겠어요.”

“여기 사는 꽃들은 아무도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답니다.”

다른 꽃들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이름이 필요없어요.”

“우리는 여기 이 자리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답니다. 우리는 서로의 향기와 색깔을 보며 서로 서로 알아본답니다.”

”우리는 여리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렇게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하답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는 꽃들은 전부 잘 알죠. 꽃잎이 몇 장인지, 이파리가 몇 개인지.”

“이름을 만드는 것은 자기들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내고 구분하기 위해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에요.”

“사람들은 꽃마다 이름을 붙이고 예쁜 꽃들을 갈라낸다면서요?.”

“전부다 아름다운 꽃을 갖기 위해서 이름을 붙이고 화분에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온다면서요.”

“못 생긴 꽃으로 찍혀버린 이름은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하더군요.”

“인간세상에서는 멀고 먼곳에 떨어져 있는 숲에서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면 서로 먼저 이름을 붙히고 자기의 꽃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우린 누구도 이름을 부르지 않아요, 꽃님들은 전부다 아름답고 고귀하기 때문입니다.”

바리와 백호는 가만이 그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저기 끄트머리가 파랗게 빛나고 꽃받침이 발갛게 물든 꽃이 보이나요? 저 꽃은 이곳에서 3천 만년을 살았답니다.”

”항상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살고 있는 저 꽃님은 여기 숲에서 키가 제일 크답니다.”

“저기 땅에 닿을 듯히 작지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님들은 햇빛이 소매를 끌고 지나가면 바다빛으로 파랗게 빛난답니다.”

바리는 꽃님들의 말을 들으면서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동안 바리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화원의 진열장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들만 아름답다고 느끼고 산 것 같았습니다.

여기 살고 있는 꽃님들에겐 길거리에 피어있는 이름 없는 잡초들이나 들꽃들 하나 하나 전부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바리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 이름이 있어요. 우리 부모님들과 제 친구들은 저를 바리라고 부른답니다. 이 호랑이는 백호라고 불러요.”

그러자 백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습니다.

“바리야, 나도 이름이 없어, 백호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동물원에 오는 사람들이었다구.”

바리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리의 얼굴을 쳐다보던 백호는 꽃들에게 물었습니다.

“꽃님들. 어디로 가야 성주신님들 만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성주신님을 만나서 꼭 기를 받아가야하는데요.”

“우리도 성주신님이 어디 계신지 모른답니다. 성주신님은 우리가 피곤할 때면 언제나 먼저 오시지만, 우리는 요즘 피곤한 적이 한번도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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