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고 초가삼간도 살린다구?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14)

등록 2004.07.27 11:07수정 2004.07.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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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시절 MP3 이야기


1996년 국내 PC 통신망을 통해 이용되기 시작한 MP3는 WAV와 RA 등의 음원과는 달리 뛰어난 음질과 상대적으로 적은 파일 크기로 통신상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후 음반사들의 모임인 한국음악출판사협회(KMPA)가 발족하게 되었다. 이들은 저작권 보호를 앞세워 암호 처리된 MP3 파일을 PC 통신을 통해 다운 받는 가격을 1곡당 900원씩 받는 유료화 조치를 취했던 적이 있었다. 1곡당 900원이면 대충 음반 1장 기준인 15곡 정도를 전송 받는다고 가정할 때 할인 안된 CD값 정도 되는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이었고 당연히 이용자들은 반발했다.

공개용 프로그램 하나만 있으면 CD에서 아주 손쉽게 MP3 파일을 추출해 낼 수 있는 현실에서 암호를 입력해서 파는 MP3를 누가 1곡당 900원씩이나 지불하고 다운받겠느냐 말이다. 그런 사이 전송료 문제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PC 통신 시절 음악 전송 서비스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전송 가격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던 탓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MP3 파일 전송시 그 이익 배분과 관련하여 음반사들의 모임인 한국음악출판사협회 외에도 새로 생긴 기획사 모임인 한국연예제작사협회 간의 배분 문제로 전송 서비스 자체가 난관에 부딛쳤기 때문이다.

결국 그 후 저작권과 관련한 2~3개 협회, 거대 음반사들의 음악 파일 전송에 대한 지적 재산권 문제가 채 합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인터넷 환경화 됐다. 또한 냅스터나 소리바다 같은 P2P 프로그램까지 생기면서 비교적 손쉽게 MP3 파일 같은 음원을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작권자의 법적 대응은 점점 거세어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디지털 콘텐츠 하나에 대해 각자 다원화 되어 있는 저작권자들이 디지털 음원에 대해 호의적인 인식의 변화와 합리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소비자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유료 음원 시장이 양성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디지털 콘텐츠 무료 이용 사례는 어떠한 식으로든지 계속될 것이며 개인의 사적인 무료 이용을 막는 데도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공급자, 저작권자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은?

그렇다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란 어떤 것일까? 칼 샤피로와 핼배리어는 그들의 저서 < INFORMATION RULES >에서 디지털 콘텐츠는 정보재이자 경험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보재를 생산하려면 고정비용은 높지만 한계비용은 극히 작다. 예컨대 음반 하나를 만들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추가 사본을 제작하는 비용은 무시할 정도의 수준이며 더더구나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의 경우에는 거의 복사 비용이 0에 가깝다.


그러니 일단 원본 한 장을 제작해 놓으면 가치가 올라갈수록 그 원본을 가지고 별 다른 추가 비용 없이 찾는 사람이 있는 한 두고두고 판매할 수 있는 재화가 바로 정보재인 것이다. 따라서 정보재는 보통 상품처럼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치에 맞추어 가격을 설정하게 되므로 소비자 가치를 높이기 위한 광고 내지는 또다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특히 MP3 등의 디지털 콘텐츠는 소비자가 재화를 경험해 보아야만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재적인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의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하기 위한 소비자 가치를 높이려면 많은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벅스뮤직이 디지털 음원의 소비자 가치를 높이고 시장을 키운 측면을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따라서 결국 서로 양보해서 함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절충과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 절충과 조정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저음질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는 월정액을 지불하는 유료 회원가입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무료 가입자의 경우는 듣는 횟수를 제한하는 식의 방안은 어떨까 한다.

또한 MP3 전송료의 경우에도 일정액보다는 곡에 따른 차별화가 바람직하리라 본다. 가장 인기 많은 최신곡당 전송료는 500원~700원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 반응 정도에 따라 점점 가격을 인하시켜 발표가 오래된 곡은 100원까지 각각 차별화시키거나 패키지 판매 등의 보다 유연한 가격 정책을 채택하면 어떨까?

저작권 보호가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켜 더 나은 문화 창달을 위한 것이라면 그에 못지 않게 소비자 또한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문화 창달을 위해 사적인 지식의 활용과 확산에 방해받아서는 안될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각각의 이해에 따라 난립되어 있는 저작권자 측은 적정한 저작권 비용에 대한 유연한 이해와 합의 없이 음반이 안 팔리는 이유를 무조건 개인적으로 MP3 파일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탓으로 돌리고 이 모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텍스트시대의 저작권으로 적용 무리

이제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은 이미 시대의 대세이다. 또한 법적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텍스트 시대의 저작권법을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시키는 데는 틈새가 아무래도 많고 유권해석 자체도 적은 실정이다. 아무래도 저작권의 보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인 적용보다는 쌍방간의 합의에 의한 계약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자, 공급업자, 소비자간의 긍정적인 이해조정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얼핏 보면 음반 제작사들이나 가수들에 있어서는 자신의 수입을 도둑맞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연하게 발상을 전환해 보면 디지털 음원에 대한 보다 새로운 이익 창출 시장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한번 발상을 전환해 보면 MP3는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돈이 없어 음반을 제작할 수 없는 실력 있는 무명 가수들이나 작곡가들에게 또다른 차원의 창작 활성화를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충분히 될 수 있다.

MP3 때문에 음반이 안 팔린다고 탓하기 보다는 저작권자나 서비스업체, 소비자 모두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시대의 대세를 현명하게 이용하여 무궁무진한 새로운 수익 체계를 창출할 줄 아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나 공급업자 소비자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빈대 잡으려고 싸우다가 초가삼간 다 타 서로 망하느니 서로 서로 나누어먹을 이익의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 활성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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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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