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오늘 새벽 1시쯤이었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깊은 잠에 잠겨 얼핏 꿈을 꾸고 있었는데 손바닥에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느낌이 들어 홱 하고 집어 던졌지요. 그러자 긴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아 눈을 떠보니 벌에 쏘인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아프던지 자다가 일어나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곤하게 자는 아내도 깨우고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하자 얼음으로 찜질을 하고 벌에 쏘인 왼손 넷째 손가락에 된장을 붙여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이 맥박 뛰는 숫자대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20여일 전쯤, 아내도 말벌에 오른 팔을 쏘여 아프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고, 나는 못 본 척 했고 속으로 무슨 엄살이 저리 심할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내가 똑같은 고통을 당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너무 아파서 저절로 하느님께 기도가 나왔습니다.
“하느님, 너무 아픕니다. 아픈 정도가 아니라 아이고, 죽겠습니다. 손가락이 벌에 쏘였으니 어떻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겠습니까? 곧 밭일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아파서 어떻게 합니까?”
10년 전에도 오른쪽 둘째손가락을 말벌에 쏘여 나중에 손톱이 빠질 정도로 고통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컴퓨터가 없었지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매일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데 꼬박 한달 동안 생손을 앓았습니다. 손가락에 진물이 나오고 허물이 벗겨졌습니다. 그때도 너무 아프고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기도회 시간에 교인들이 다 가고 마룻바닥에 앉아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빨리 붓기도 빠지게 하시고 낳게 해주십시오. 글을 못 쓰게 되었으니 설교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미치겠습니다. 고쳐주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미처 손을 빼지 못하고 문을 꽝 닫았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오른손 둘째손가락이 문에 끼고 말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으악!’하고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그런데 퉁퉁 곪았던 손가락이 터져서 고름과 진물이 한없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처가 곧바로 아물었습니다. 하느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것인지 저절로 나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