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잔치 열렸네, 동네 잔치 열렸네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58) 이제는 지방화 시대다 (3)

등록 2004.12.11 16:01수정 2004.12.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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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흥4리 마을회관에서 대동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안흥4리 마을회관에서 대동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 박도


대동회 날


a 안흥4리 마을회관

안흥4리 마을회관 ⓒ 박도

오늘(11일)은 음력으로 10월 말일이다. 해마다 이 날이면 내가 사는 마을(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4리)에서는 ‘대동회’ 마을잔치가 열린다고 한다.

벌써 며칠 전부터 마을 이장님이 마을회관 스피커를 통하여 오늘이 마을 대동회 날이라고 꼭 참석해 달라는 통지를 여러 번 했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대동회 모임이 오전 10시에 있다고 방송하였다.

우리 내외가 이 마을에 내려온 후 몇몇 분과는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인사했지만 대동회 모임에서는 인사를 드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날 정식으로 대동회 회원으로 가입도 하고 인사를 드리기로 오래 전부터 기다려온 터다.

a 아직도 잔치 음식 준비는 부녀회 몫이다

아직도 잔치 음식 준비는 부녀회 몫이다 ⓒ 박도

오전 9시 40분 아내와 같이 집에서 500m 거리인 마을회관으로 갔다. 이장님과 부녀회원들이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아내는 부엌으로 가서 거들고 나는 회계를 맡은 분에게 신입회비(3만원)와 연회비(3만원)를 낸 후 동네 어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올렸다.


안흥4리 대동회는 1930년에 창립한, 70여돌이나 되는 전통 깊은 마을 계로서 자조 자립 협동 정신을 고취시키고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와 경조사에 상부상조함을 목적으로 한 마을 최대의 자치회다.

안흥4리는 모두 42가구라는데 10시가 조금 넘자 30여분이 참석하여 대동회 총회가 시작되었다. 마을 이장 정희영(63)씨가 나와서 지난 1년간 회고와 아울러 수입 지출의 결산 보고가 있었다.


전년도 이월금까지 합한 수입 총액은 1054만여원에 금년도 지출이 77만여원, 잔액이 977만여원으로 건실한 재정이었다.

a 신임 전연철 이장(왼쪽), 전임 정희영 이장(오른쪽)의 보고 말씀

신임 전연철 이장(왼쪽), 전임 정희영 이장(오른쪽)의 보고 말씀 ⓒ 박도

이어 실미경로당 노인회장 황규언 어른의 결산 보고가 있었고, 이어 전년도 이장이 3년 연임하였다면서 한 해 더 연임해 달라는 동민들의 재청에도 완곡하게 사임하여 새 이장 선출이 있었다.

무기명 비밀 투표 결과 새마을지도자로 수고하신 전연철(55)씨가 새 이장으로 선출되었다.

물러나는 사람도 새로 뽑힌 사람도 모두 서로 사양하는 미덕을 보이면서 시종 웃는 낯으로, 마을사람도 모두 웃는 얼굴의 축제 분위기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오늘 대동회를 알고서 안흥면장과 횡성군의원이 격려 차 참석하여 이 모든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이만하면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도 엄청 발달하였다. 어디에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40여 분의 대동회 총회가 끝나자 오찬을 겸한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다. 술과 떡 그리고 과일 등 모두가 푸짐하다.

요즘은 어딜 가나 잔치 음식은 남아돈다. 바깥에서는 숯불에 즉석 돼지고기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한 점 맛보자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혔다.

a 대동회 총회 후 마을 잔치

대동회 총회 후 마을 잔치 ⓒ 박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a 원로 여성 잔치상

원로 여성 잔치상 ⓒ 박도

많은 도시인이 귀향이나 귀농을 해서 가장 갈등을 빚는 것은 마을사람들과의 융화문제다. 경우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귀향이나 귀농하는 도시인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일단 시골에 가면 그 마을에 오래 사신 사람들을 대접해 드리고, 그 마을의 법에 따르도록 노력한다면 시골사람들이 귀농자(귀향자)를 반겨줄 것이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와서 도시 티를 내면서 시골사람을 경멸하거나 업신여긴다면 시골사람들도 귀농자를 꺼릴 것이다.

영구차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따금 도시에서 돌아가신 사람의 산소를 고향에 쓰고자 모시고 가면 고향사람들이 가로막거나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 경우를 본다고 한다.

고향사람들의 이야기는 살아 생전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거나 시골 사람 업신여기는 거만을 떨다가 시신으로 오는데 누가 반기겠느냐고 그런다고 한다.

a 축하 내빈, 이창진 면장(오른쪽)과 함종국 군의원

축하 내빈, 이창진 면장(오른쪽)과 함종국 군의원 ⓒ 박도

사실 따지고 보면 원래 도시사람 시골사람이 있은 게 아니다. 도시사람도 조상을 따지면 거의 다 시골사람이다.

그런데도 도시사람, 시골사람을 나누는 것도 잘못이고, 도시에서 조금 오래 살았다고, 학벌이 조금 더 많다고, 시골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교만한 마음을 갖는 이는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에 모두 공감하고 받들 듯이 이제는 도시도 농촌도 다 같다는‘도농불이(都農不二)’에 공감하면서 도시와 시골이 다함께 잘 사는 나라로 만들고 가꾸어야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진다.

a 즉석 참숯 삼겹살구이

즉석 참숯 삼겹살구이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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