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루인 카사, 그의 눈매는 언제나 무언가를 동경하고 있다박도
지난 섣달그믐날부터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아들이 이곳에 내려오면서 자기가 기르던 카사(고양이)를 함께 데리고 와서 떨어뜨리고 갔다.
지난해 우리 내외가 훌쩍 서울 집을 떠나오자 갑자기 외로움에 젖었는지 아들 녀석이 카사를 구해다가 길렀다.
집안에 동물 기르는 걸 무척 꺼려했던 아내는 몇 차례나 카사를 다시 전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하였지만, 아들의 고집에는 그만 지고는 우리 식구로 맞았다.
아내가 집에다 동물 기르는 것을 꺼리는 것은 털과 배설물 처리 때문이요, 개나 고양이는 유정물이라서 인연이 다하고도 애틋한 정이 남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우리 내외는 서울 집에서 개를 기르다가 두 번이나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었다. 한 번은 이웃에서 놓은 쥐약을 우리 집 개가 먹고는 입에 거품을 물고 죽은 것을 묻어 주었고, 그 다음에는 어느 여름 개장사가 팔라고 조르는 것을 문전박대했더니 이튿날 새벽에 그만 없어져 버렸다.
그 뒤 몇 해 후, 어느 날 제 발로 들어온 개를 기르다가 집수리하는 바람에 더 이상 기를 수 없어서 다른 이에게 분양해 준 뒤로는 애완동물을 먹이지 않았다. 애완동물을 집안에서 기른다는 것은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먹이고 씻기고 배설물 처리가 여간 조련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