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노인성'을 예서 본다 했거늘

서귀포70경(33) 불로장생의 상징 삼매봉

등록 2005.02.28 11:43수정 2005.0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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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성정의 정자

남성정의 정자 ⓒ 김강임

봄 마중 가는 옷차림이 너무 가벼웠을까? 옷깃을 파고 드는 꽃샘추위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곳이 남녘땅이라 하지만 서귀포 70리 길은 아직 봄과 겨울의 교차로에 서 있다.

a 계단을 오르며

계단을 오르며 ⓒ 김강임

서귀포시 서흥동 819번지에 있는 서귀포를 지키는 수문장 삼매봉. 겨울 속에 봄이 꿈틀대는 봉우리에는 야생화가 기지개 켜는 소리, 산새들의 하품 소리, 소나무·삼나무를 스치는 솔바람 소리가 '봄의 왈츠'를 연출한다.


남주 해금강이라 불리는 외돌개 뒤편으로 보일듯 말듯 서 있는 봉우리. 이 봉우리는 세송이 매화를 닮아 삼매봉이라 부른다.

a 야생초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야생초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 김강임

허름하게 서있는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 벌써 이름모를 야생초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봄을 기다린다. 솔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하얀 야생화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아직은 추운 듯 얼굴이 상기 돼있다.

삼매봉은 해발 153.6m의 분석구로 산책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300m 정도다. 그러니 1시간 정도만 여유를 부려도 남국의 정서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삼매봉까지 올라가는데도 가파르지 않아 서귀포 여행길에 나선 길손들에게 잠시 산책의 여유를 안겨다 준다.

세월을 말해주는 낡은 통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남주의 해금강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소나무 끝에 머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찌를 듯한 삼나무를 쳐다보지만 그 끝은 세상 끝처럼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a 정상까지 150m

정상까지 150m ⓒ 김강임

정상까지 150m. 겨울을 지켜온 수풀 속에 갇혀 있는 이정표가 길손을 맞이한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이정표는 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알싸하다. 현재의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목마름에 목을 축여주는 생명수와도 같으니 말이다.

a 소나무에 걸터있는 새집에는 적막이 흐른다.

소나무에 걸터있는 새집에는 적막이 흐른다. ⓒ 김강임

산책로 계단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나무에 걸터앉아 있는 새 집을 들여다보니 적막이 흐른다. 자연 생태계 속에 더불어 숨쉬고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인간은 가끔 그 생태계 조직을 허물어 버리는 때도 있으니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삼매봉 정상에 오르자,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철봉에 두 손을 대자 얼음장처럼 차갑다. 시소, 그네, 보기만 해도 그저 넉넉한 공간.

a '현화진님의 남성대'시비

'현화진님의 남성대'시비 ⓒ 김강임

봉우리 한 편에는 '남성대'라는 시비가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서귀포 70리를 떠나온 길손 또한 시비 앞에 새긴 '현화진 님'의 시 한수에 취해 본다.

한라산 정기 뻗어 이룩된 큰 봉우리
세송이 매화 닮아 삼매봉되었던가
칠십리 푸른 구비 외돌괴로 돌아드네
그 옛날 왜관들이 바다로 침노할 제
조상님 봉화 들어 사위를 경계하니
여기가 탐라 지킨 망대가 완연코나
남극천 저 멀리에 노인성이 반짝이고
수복을 비는 길손 남성대 메웠으니
아마도 지상선경은 여기련가 하노라


a 정자 위에 있는  '고응삼 님의 남성정' 시

정자 위에 있는 '고응삼 님의 남성정' 시 ⓒ 김강임

해발 153.6m 정상. 봉우리에 자리잡은 '남성정'이라는 정자는 길손의 휴식공간처럼 푸근했다. 뚜벅뚜벅 계단을 따라 정자에 올라 '남극노인성'을 찾는다. 낮에 뜨는 별도 있던가? 밤에 손을 뻗으면 남극노인성에 닿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삼매봉.


남극노인성은 중국에서 용골자리에 있는 아르고자리의 알파별 카노푸스라는 별을 말하는 것으로, 남반구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며 북반구의 큰개 자리에 있는 시리우스 다음으로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특히 남극노인성은 술을 좋아하여 얼굴이 붉어진 노인의 모습을 연상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붉은 별이 아니지만 지평선 방향의 두꺼운 지구대기층이 푸른빛을 흡수해 붉게 보인다고 한다.

a 삼매봉에서 본 문섬

삼매봉에서 본 문섬 ⓒ 김강임

삼매봉은 섬 속의 섬을 조망할 수 있고, 해안절경과 서귀포의 오름, 서쪽으로는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새봄을 재촉하는 진눈깨비 속에 보이는 것은 소나무 끝에 머무는 범섬, 문섬, 새섬, 섶섬 그리고 한라산에서 뿌리를 내린 오름이 전부였다.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한 범섬 그리고 잔잔한 바다위에 떠 있는 문섬,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새섬, 그리고 섶섬. 모두 동경의 대상이다.

사방으로 뚫려 있는 삼매봉 정자에서 바라보는 절경에 취하기도 전에 정자의 지붕 아래 새겨진 '고응삼 님의 남성정'의 시 한 수는 서귀포 70경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그동안 70리를 떠나며 보고 느꼈던 맑은 산수와 노인성의 불로장성의 전설까지 말이다.

a 삼매봉에서 본 오름

삼매봉에서 본 오름 ⓒ 김강임

이름 높은 삼매봉은 매화송이 피어난 듯
서귀포 제 일경을 자랑하는 선경이라
옛 전설 간직하되 불로장생 누리고자
남극노인성을 예서 본다 했거늘
옛 님 놀던 자취에 일컬어 남성대라
산수 맑은 한라기슭 창파삼도 초록바다
외돌괴 신선바위 우두암 기암절경
그림 같은 남국정서 서귀포 칠십리에
이어도 노래하듯 남주해금강이
이 아니 좋을 손가

덧붙이는 글 | 삼매봉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70경 중 한 곳으로, 찾아가는 길은 제주공항-서부관광도로-중문-외돌개-삼매봉으로 1시간정도가 소요된다.

덧붙이는 글 삼매봉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70경 중 한 곳으로, 찾아가는 길은 제주공항-서부관광도로-중문-외돌개-삼매봉으로 1시간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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