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녹색 피라미드 (74회)

등록 2005.04.21 09:41수정 2005.04.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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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짐을 챙겨 별장을 빠져나왔다. 차까지의 거리는 꽤 멀었지만 둘은 뛰다시피 빠른 속도로 차까지 걸어갔다. 하루 동안 차에는 뽀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채유정이 열쇠로 차 문을 열고 타려가 하자 김 경장이 바투 다가섰다.

"제가 운전을 하죠."


"하지만 길을 잘 모르지 않아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김 경장은 운전석에 올라타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할 수 없이 채유정은 조수석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을 벗어날 때는 이미 해가 기울어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차가 높은 언덕길에 접어들면서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경사진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몸이 뒤로 젖혀 질 정도의 급경사와 요철이 심한 길을 김 경장은 빠른 속도로 운전해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불빛에 드러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채유정은 한동안 차창 밖의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모서리에 달린 손잡이를 잡은 채 옆을 돌아보았다.

"이제 말씀해 주시죠."


"유물이 있는 피라미드 위치말이죠?"

"전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어떻게 그 위치를 알아내신 거죠?"


김 경장은 대답대신 빙긋, 웃기만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아직 들떠 있어 보였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미간이 가늘게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뒷좌석에 놓인 가방을 뒤졌다. 거기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어 들었다.

정면과 카메라를 번갈아 쳐다보며 액정 화면 하나를 찾아 채유정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건네받아 그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건……."

"바둑판의 모습을 찍어 놓은 겁니다."

채유정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어떻게 피라미드의 위치랑 관련이 있다는 거죠?"

"저도 아직 확신을 할 수 없습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만 합니다."

"무얼 직접 확인한다는 거죠?"

"그건 지금 말씀드리긴 곤란합니다. 자칫하면 편견이 생길 수 있어요. 저 대신 유정 씨만은 아무런 편견 없이 그것들을 직접 확인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김 경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묵묵히 운전에만 열중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운데다 길이 험해 운전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더구나 속도까지 높이느라 차체는 심하게 흔들렸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 차는 멈추었다가 요란한 엔진 음을 터뜨리며 나아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돌이 타이어에 부서지고 튀어나가는 소리가 위태롭게 들렸다.

한참동안 위태한 산길을 달려가자 지대가 낮아지더니 마침내 포장한 길이 나타났다. 그 길을 따라가자 이정표가 나오며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이 무순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김 경장은 곧장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한참동안 그 길을 달려갔으나 염려했던 검문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을 달려 무순의 장당으로 들어섰다. 공안에게서 추격을 받았던 곳이라 바짝 긴장을 했지만 이곳 역시 공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장당 저수지를 끼고 돌아 좁은 공터로 들어섰다.

멀리 화력 발전소에서 엷은 빛이 새어나오고, 주위는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김 경장은 차를 한구석 수풀 밑에 대어놓았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리자 말자 화력 발전소 반대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은 빨랐고, 걸으면서 연시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말없이 뒤를 따르던 채유정이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고이산."

"고이산이라면 우리가 전에 갔던 곳이잖아요."

"그렇소. 거기서 직접 확인할 것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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