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가까운 들녘에 나가면 지천으로 깔린 게 머위다이종찬
그때 나와 형제들은 머위의 그 독특한 쓴맛 때문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머위로 만든 조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머위잎으로 만든 음식을 참 좋아하셨다. 특히 머위잎쌈을 잘 드셨다. 사실, 아버지께서 머위잎 위에 보리밥을 듬뿍 올린 뒤 구수한 멸치장을 얹어 한 입 가득 드시는 것을 바라보면 침이 꼴깍꼴깍 넘어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된장에 잘 버무린 머위나물에 보리밥을 쓰윽쓱 비벼 드시는 것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숟가락이 가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어머니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머위 나물을 냄비 한 쪽으로 걷어낸 뒤 잘 비빈 보리밥만 올려주시곤 했다. 그땐 왜 그리도 머위잎의 쌉쓰럼한 그 맛이 싫었던지. 사실, 머위잎은 쌉쓰럽한 그 맛과 그 맛 뒤에 맴도는 향긋한 감칠맛 때문에 먹는건데.
각설하고. 머위는 예로부터 기침을 멎게 하고, 각종 암을 예방하는 들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선재스님의 사찰음식>이란 책에 따르면 "머위는 겨울 동안 몸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입맛을 나게 하며, 중풍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써있다. 또한 산에서 독사에 물렸을 때에도 머위잎을 짓이겨 붙일 정도로 해독작용이 강하다고 되어 있다.
그뿐이 아니다. 머위는 폐를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 있어,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삭혀주므로 천식이나 기관지 환자에게 아주 좋단다. 특히 폐결핵이나 중풍예방을 위해서는 머위꽃 이삭과 머위잎 자루, 머위 뿌리를 12시간 이상 오래 달인 물을 틈틈이 먹으면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머위로 만드는 음식은 크게 네 가지다. 머위쌈과 머위나물, 머위된장국, 머위장아찌가 그것. 이때 머위의 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위해서는 금방 올라온 어린 머위 순을 따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쓴맛을 빼는 것이 조리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