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 별장에서의 하룻밤, 어때요?

낙안읍성내에 있는 조용한 민박집 '잔디민박'

등록 2005.06.14 18:16수정 2005.06.15 09:0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초가지붕 아래 옹기종기 장독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모습은 잊혀진 우리의 과거를 다시금 연상케 해준다

초가지붕 아래 옹기종기 장독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모습은 잊혀진 우리의 과거를 다시금 연상케 해준다 ⓒ 서정일

한길가가 아니기에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된다. 시시때때 왕래하는 관람객의 시끄러운 소음도 이곳에선 들리지 않는다. 낙안읍성 내에 있으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장소, 고샅길에서 고개 들어 담장 너머 집안을 기웃거려보면 마당이 온통 파란 잔디로 덥여 있는 인상적인 초가집.


김명덕(76)씨가 운영하는 '잔디민박'이다. 일자로 길게 늘어선 안채와 그보다 조금 작은 사랑채로 아담하게 지어졌는데 방 3개가 손님들이 머물 수 있게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로 가족 단위의 손님으로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다는 푸근한 시골 할머니집 같은 민박집.

a 앞마당에도 뒷마당에도 파란 잔디가 깔려 있어 독특해 보이는 김명덕(76)씨의 민박 잔디민박집

앞마당에도 뒷마당에도 파란 잔디가 깔려 있어 독특해 보이는 김명덕(76)씨의 민박 잔디민박집 ⓒ 서정일

"딸이 울산으로 시집갔는데 남편이 그곳에서 잔디를 가져왔지라우."

30여 년 전, 울산으로 시집간 딸네 집에 다니러 갔다가 잔디가 너무 예뻐 남편이 비료 부대에 가득 담아와 마당 한편에 심기 시작했다는 금잔디는 지금은 앞마당 뒷마당 할 것 없이 온통 파란 잔디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교통편이 불편했던 70년대, 비료 한 포대를 지고 왔을 거라 생각 하니 그 정성과 수고가 머릿속에 그려지고도 남는다.

그렇게 잔디에 정성을 쏟았던 김명덕씨의 남편인 조동관씨는 집안만 돌본 게 아니다. 초대 보존회장을 지내면서 낙안읍성에도 똑같은 정성을 기울였는데 오늘날의 낙안읍성을 만드는 데 크기 기여한 인물로 동네 사람들은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이미 8년 전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가깝게는 집안 구석구석에 멀게는 4만여 평 낙안읍성 이곳저곳에 조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a 시골을 느껴보려 가지만 현대문명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있어 재래식 화장실은 공포지만 이곳에선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시골을 느껴보려 가지만 현대문명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있어 재래식 화장실은 공포지만 이곳에선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 서정일

아담한 장독대, 그리고 자그마한 텃밭. 어찌 보면 잔디를 걷어내고 밭으로 만들어도 한철 농사로 충분하리 만큼 뒷마당은 넓어 보이지만 30여 년 전 힘겹게 이고 지고 잔디를 가져왔을 조씨를 생각해서인지 텃밭은 잔디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손바닥만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보일러를 돌려 달라고 하면 보일러, 불을 때달라면 장작불을 때 주지요."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 드리지만 아무래도 장작불이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다고 김씨는 귀띔한다. 그리고 화장실도 보여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했던 화장실이 아니다. 샤워 시설까지 갖춘 현대식 시설, 일반적으로 문명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있어 재래식 화장실은 공포의 대상, 하지만 이곳에선 적어도 아이들이 화장실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a 푸근한 시골 할머니같은 김명덕씨, 남편인 조동관씨와 낙안읍성의 오늘이 있기까지 정성을 다했던 낙안읍성의 살아있는 역사다.

푸근한 시골 할머니같은 김명덕씨, 남편인 조동관씨와 낙안읍성의 오늘이 있기까지 정성을 다했던 낙안읍성의 살아있는 역사다. ⓒ 서정일

낙안읍성 남내리에 있는 잔디민박.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풍경과 초가집이지만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이것은 콘도요, 별장인 셈.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재래식이 아닌 화장실과 샤워 시설, 텃밭에서 자라는 싱싱한 채소를 곁들여 잔디밭에 앉아 모깃불 피워놓고 음식과 술을 나누면서 밤을 지새워도 좋은 나만의 초가집 별장. 저렴한 가격에 이런 멋진 초가집 별장 하나 가져보는 것도 추억을 위한 좋은 투자가 아니겠나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내에 있는 잔디민박: 061-754-6644

덧붙이는 글 낙안읍성내에 있는 잔디민박: 061-754-6644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