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삽 써! 1상자에 만5천원이우다"

멸치말리기 한창인 제주 함덕리 포구

등록 2005.06.18 10:18수정 2005.06.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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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임
학창시절 내 도시락의 단골 반찬은 멸치볶음이었다. 빨간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르고 멸치를 둘둘 볶아 놓은 멸치볶음은 고소한 맛 그 자체였다. 날마다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은 멸치볶음. 그 때 어머님께서는 도시락을 싸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멸치볶음을 많이 먹어야 키가 쑥쑥 크지."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님께서는 내게 거짓말을 하신 것 같다. 자라나는 성장기에 나는 그렇게 많은 멸치볶음을 먹었는데도 키가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여하튼 반찬이 없을 때는 멸치 한줌 접시에 담아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도 일품이다.

김강임
물이 맑기로 소문난 제주 함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km정도 달렸을까? 함덕리 포구를 만났다. 포구에서 자동차 창문을 여니 오른쪽에는 쪽빛바다가, 왼쪽에는 한라산의 허리가 눈에 보인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포구를 지나노라니 짭짤한 냄새와 비린 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이게 무슨 냄새지?"

자동차를 해안도로 갓길에 정차시키자, 포구의 여인네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강임
" 멸치 상 갑 써! 1상자에 만5천원이우다!"

나는 의아해서 여인네들에게 물었다.


" 이곳에서도 멸치가 잡힙니까?"

김강임
사실 제주도에서 살면서도 함덕에서 멸치가 난다는 것은 생소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함덕 멸치 몰람수꽈? 한번 먹엉봅써. 잘도 고솝고 맛좋아 마시!" 포구의 여인네들은 입으로는 멸치자랑을 하랴, 손으로는 박스에 멸치를 집어넣으랴 정신이 없었다.


6월의 함덕 포구는 해풍에 멸치 말리기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제주 청청바다에서 건져 올린 멸치는 싱그러운 햇빛을 받으며 꼬리를 쭉 펴고 드러누워 있었다.

김강임
멸치 한 개를 입에 물어보았다. 정말이지 바다냄새가 혀끝에 달아오른다.

"한상자만 줍 써! "

아직도 제주사투리에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멸치를 박스에 포장하고 있는 아낙들에게 어설픈 제주사투리로 흥정을 해보았다. "천원만 깎아 줍써!"라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말리고 있는 멸치를 한웅큼 집어서 검은 봉지에 넣어준다.

포구 여인들의 인심에 얄팍한 내 흥정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몇 번이나 " 고맙수다! 고맙수다"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멸치를 말리고 있는 아낙의 손끝에서는 인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김강임
차 안에서 멸치 하나를 씹어 보았더니 그 옛날 어머님의 손맛처럼 고소하고 달콤했다. 그러나 포구를 가득채운 멸치는 시간이 갈수록 해풍에 야위어만 가고 있었다. 물때 만난 포구의 백사장처럼.

덧붙이는 글 | 청정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제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함덕포구가 있습니다. 지금 함덕포구는 해풍에 멸치말리기가 한창입니다. 직접 멸치를 구입할 수도 있으며 가격은 1상자에 1만 5천 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청정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제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함덕포구가 있습니다. 지금 함덕포구는 해풍에 멸치말리기가 한창입니다. 직접 멸치를 구입할 수도 있으며 가격은 1상자에 1만 5천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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