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
초록이 길을 안내하는 녹차밭
7월의 장맛비는 도심 구석구석의 묵은 때를 벗겼다. 그동안 찜통더위로 밤잠을 설쳤던 생각을 하면 장맛비는 말 그대로 단비였다. 단비 끝에 얼굴을 내민 들판의 모습이 온통 초록으로 깔려 있다.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 서광리 마을에 접어들면 향긋한 초록냄새가 길을 안내한다. 야트막한 농촌의 풍경 한가운데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 초록이 익어가는 대지는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난다. 잠시 녹차 밭에서 발걸음을 멈춰본다. 평행선을 이루며 달리고 있는 전봇대 사이로 녹차 밭이 펼쳐진다. 차 잎 한 잎을 따서 씹어보니 짙은 차향이 머리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간다. 어찌 보면 자연과 가장 밀접한 것이 차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 서먹서먹한 관계, 그리고 윗사람, 아랫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차였던 것 같다. 그래서 차향은 이렇게도 짙은 걸까? 7월의 녹차 밭은 새잎이 모두 성숙해져 있었다. 성숙해진 녹차 잎의 푸름에 취해 녹차 밭 사이 길을 걸어본다. 쏟아지는 햇빛이 조금은 얄밉다.
녹차 송편을 보니 어머니 손맛이 그리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