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내부 전경, 남자 성기모양의 돌들이 땅에 수십개 박혀있다.배한수
동행한 페루 친구들이 꼬마와 나 사이에 벌어지는 광경을 보더니 한바탕 배를 잡고 웃는다. 이 꼬마아이는 자기가 이 사원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며, 나중에 설명이 괜찮으면 팁을 달라고 했다. 동행한 친구들이 그렇게 해보라고 권유한 탓에, 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땅에 박힌 돌 위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친구들이 또 한바탕 깔깔대며 웃는다.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남자는 이곳에 앉으면 안 된단다. 이유인 즉슨, 바닥에 박힌 바위에는 여자들만 앉는 것이라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꼬마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잉카문명의 발상지인 티티카카(Titicaca)호수의 북쪽 지방에 살았던 아이마라족이 세웠다는 추꾸이또 사원은, 옛부터 결혼 후에도 장기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들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여인들은 이곳에 찾아와 이 바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고. 이제야 비로소 방금 전 왜 친구들이 나를 보고 웃어댔는지 이해가 갔다.
땅에 박혀 있는 이 남근석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뾰족한 머리 부분이 하늘을 향해 박혀 있는 것은 "신에게 감사한다(Gracias a dios)"는 의미이고, 뾰족한 머리 부분이 땅으로 박혀 있는 것은 "땅에게 감사한다(Gracias a tierra)"는 의미.
아이마라족은 자신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태양과, 곡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땅에게 감사하기 위해 이 남근석들을 사원 내에 박아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돌들은 남근을 닮았다는 이유로,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는 소원을 비는 용도로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