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면 동내리 필리핀 아내 리사의 일상

등록 2005.10.03 22:37수정 2005.10.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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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편 재일수씨가 과일을 좋아하는 부인 리사씨를 위해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있다

남편 재일수씨가 과일을 좋아하는 부인 리사씨를 위해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있다 ⓒ 서정일

올해 마흔 다섯의 재일수씨, 그는 낙안읍성내 동내리에서 오이 비닐하우스를 하고 있는 평범한 농사꾼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머나먼 이국땅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이다. 지난 1999년에 결혼하여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세 살 난 아들 효진이를 두고 있다.


벌써 6년이 지났다. 일수씨는 필리핀으로 날아가 신부를 맞이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고 한 마디 한다. 주위 사람 소개로 우연찮게 리사를 알게 되었지만, 결혼하고 살면서 더더욱 소중함을 느낀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다.

아무리 농기계가 발달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농사는 힘들다. 특히 비닐하우스 농사는 사람의 진을 빼기에 충분하다. 늘 농사일을 하던 사람도 500~600평 규모의 오이농사를 짓는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인데, 전혀 해보지 않은 리사 같은 사람에겐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a 필리핀에서 간호사일을 하던 리사씨 남편 일수씨를 만나 한국땅 낙안읍성에서 6년 전부터 생활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간호사일을 하던 리사씨 남편 일수씨를 만나 한국땅 낙안읍성에서 6년 전부터 생활하고 있다 ⓒ 서정일

"힘들지만 괜찮아요."

그녀는 인터뷰 내내 힘들지만 괜찮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그만큼 한국에 적응해 보려고 노력하고 남편 그리고 아들 효진이와 함께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필리핀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던 그녀에게 분명 농사일은 힘든 일임엔 틀림없다. 그 힘든 일상 속에서도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남편 일수씨의 자상함 때문.

멀리서 바라보니 일터인 비닐하우스로 나가기 전 일수씨는 긴 장대를 들고 감나무를 휘젓고 있었다. 서너 개의 감을 따면, 그것을 리사가 까만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런데 출발하려는 오토바이 앞 바구니에 일수씨는 어느새 숨겨온 감 두 개를 다시 챙긴다.


"애 엄마가 감을 좋아해요, 과일을 좋아하니까요."

멋쩍은 듯 설명하는 일수씨, 결혼 후 6년여 동안 그런 보이지 않는 자상함이 리사가 한국에 정을 붙이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방송 필리핀까지 나갑니까?"

반신반의 하는 리사를 앞에 두고 <오마이뉴스>는 전 세계적으로 나가는 인터넷일간지라 설명하니 필리핀에 있는 엄마에게 '나는 잘 있어요. 보고 싶어요'라는 짤막한 영상편지까지 남긴다. 그리고 필리핀으로 전화를 거는 리사.

이제 시골엔 국제결혼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일수씨와 그의 아내 리사처럼 오붓하게 서로 정을 주며 사랑하는 모습에서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덧붙이는 글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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