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섬에 사는 어떤 주민이 일 년 내내 농사지어 계산하고 나니까 5만원이 남드라는 겁니다. 새벽부터 한 눈 팔지 않고 농사 지은 대가치고는 기가 막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쪽에 쑤셔 놓았던 낚싯대를 들고 마을 앞 작은 짝지로 낚시질을 갔습니다. 화도 삭히고 기분전환도 할 겸 말입니다. 그런데 그 날 용왕님의 도움인지 조상님의 도움인지 20kg짜리 광어를 건져 올렸습니다. 그게 횟집에 20만원인가에 팔렸답니다. 홧김에 한 낚시질이 일 년 농사소득의 몇 배가 더 된 셈이지요."
어제 서울에서는 쌀협상 비준안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농민들 일 년 농사를 계산해보면 남는다는 사람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자신들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지난 UR 협상 당시 농특세 42조에 15조까지 더해져 천문학적 자금이 농촌에 깔렸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업농 지원자금, 영농후계자 지원금 모두 빚으로 남았습니다. 시설원예한다고, 축산한다고, 특용작물 한다고 지원해준 자금도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습니다. 정부에서 적극 권장한 것 들입니다. 농민들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정책실패'라는 겁니다.
지난달 신안 어느 섬에서 소금농사를 짓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도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계는 대부분 갖추고 70여 마지기의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남는지 계산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 두 해 적자를 봐야 계산도 해보고 만회할 방법도 고민해 보는데,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논바닥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합니다. 다행인지 1만 여 평 정도 염전을 가지고 있어 입에 풀칠을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