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황우석팀의 '대응법'

▲ 최근 황우석 교수 연구에 '매매 난자'가 사용됐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 치고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석연치 않은 황 교수팀의 대처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안타까운 일이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황우석 교수가 노벨상을 놓칠 수도 있다"고 보도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윤리 논란이 증폭돼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염원을 담아 황 교수팀을 지켜보고 있는 세계의 수많은 환자들이 입게 될 마음의 상처가 본질적인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 치고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언론도 마찬가지일 게다. 그래서 언론은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어제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면서 거의 똑같은 제목을 뽑았다. "황 교수는 몰랐다."

난자 제공 여성에 150만 원의 보상금을 준 사실과 동급으로, 또는 그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해 "황 교수는 몰랐다"고 강조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선 파장이 최소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읽혀진다. 그래서였을 게다. 섀튼 교수가 황 교수팀의 난자 취득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언론은 취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은 태도이지만 일단 제쳐두자. 언론의 '파헤치기'보다 황 교수팀의 진상 공개가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교수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복기해보자. 섀튼 교수가 난자 취득 의혹을 제기하자 황 교수팀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진상 공개를 늦췄다. 그러다가 어제 오전 MBC 'PD수첩'팀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몇시간 뒤 공동연구자였던 노성일 이사장이 나서 난자 취득과정을 설명했다.

이 진행과정에선 한가지 주목할 점이 발견된다. 섀튼 교수가 제기한 건 단순한 의혹이었고, 의혹내용조차 얼개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에 대한 황 교수팀의 대응은 면밀한 조사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원론적 차원이었다. 그러다가 'PD수첩'팀이 방송내용의 대강을 공개한 후에야 노성일 이사장이 나서 난자 취득과정을 설명했다.

황 교수팀이 상황을 이끌면서 자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따라 대응을 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섀튼 교수의 의혹 제기와 노성일 이사장의 설명 사이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자에서 미국의 생명윤리사건 전문 법률회사 3곳에 연구원의 난자 기증 논란에 대한 자문을 의뢰한 결과, 모두 연구원의 자발적인 난자 기증이라면 법적·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줄기세포 연구에서의 난자 기증 등에 대한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명문화된 윤리지침이 2005년에야 확정된 데 따른" 해석이라는 게 <조선일보>의 보도였다.

<조선일보>의 이 보도가 눈길을 끈 것은 두가지 점이었다. 이 기사의 출처가 "서울대병원의 세계줄기세포허브 관계자"였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로펌 세 곳에 자문을 의뢰한 곳도 세계줄기세포 허브라는 점이 그것이다. 이게 뜻하는 바가 뭐였을까?

왜 <조선일보>에 단독보도 형식으로 공개됐을까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용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보상금을 줬다"고 시인했다.

이미 난자 취득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황 교수팀이 연구원의 난자 기증을 사실로 전제해 놓고 로펌에 자문을 의뢰한 이유가 뭘까 하는 점이 우선 궁금해진다. 이와 함께 로펌의 자문 결과가 공식발표 형식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단독보도 형식으로 공개된 배경도 적잖이 궁금하다.

세계적 관심사인데도 황 교수팀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사안의 한 측면이 언론의 단독보도 형식으로 공개된 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조선일보>의 발빠른 취재결과일 수도 있지만, "줄기세포허브 관계자"가 미국 로펌의 자문 의미까지 세세히 설명한 점을 보면 최소한 "세계줄기세포허브 관계자"의 '상당한 협조'가 있었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오늘에 와서 황 교수팀의 난자 취득 논란에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중요한 지렛대로 언론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석연치 않고 그래서 안타까운 건 바로 이 점이다. 황 교수팀이 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주변상황에 끌려다녔는지, 그리고 진상공개에 앞서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살만한 행동을 했는지….

'PD수첩'은 오늘 밤 방송된다. 그리고 황 교수팀은 이르면 내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공교롭게도 어제와 오늘, 내일의 상황이 'PD수첩'이 끌고 황 교수팀이 따르는 모양새가 돼 버렸지만 어차피 지난 일이다.

중요한 건 내일 발표장에서 추가 궁금증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노성일 이사장의 발표 이후 제기되고 있는 추가 궁금증들, 즉 ▲황우석 교수는 난자 취득과정을 정말 몰랐을까 ▲노성일 이사장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준수해야 하는 의사로서 절대 밝힐 수 없다고 한 연구원의 난자 기증 의혹의 진실은 뭘까 ▲노성일 이사장은 '보상금'이라 하고 'PD수첩'은 '매매'라고 하는 난자 제공 대가의 성격은 뭘까 등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상황이 꼬이면 꼬일수록 가장 단순한 대처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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