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쉬지 않는 국경일' 거론은 '놀부심보'"

2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서 '국어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열려

등록 2005.11.22 17:52수정 2005.11.22 17:53
0
원고료로 응원
a 국어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장면

국어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장면 ⓒ 김영조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해 국어기본법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국어지키기에 국가적 차원의 발동이 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과 자체만 해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출발입니다. 국어기본법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는 국어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여는 말이었다.

11월 21일 늦은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민병두, 이계진 의원실이 주최한 ‘국어발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민병두 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김덕규 국회부의장과 신기남 ‘한글 세계화를 위한 의원 모임’ 회장의 축하말이 있었다. 그리고 주최자의 한 사람인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다음과 같이 여는 이야기를 했다.


“서열이 아닌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1’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과 영광을 전혀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 국민의 대부분이 한글이 국보 1호가 되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으며, 우리말과 글이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글 국보 1호 지정의 문제는 과거청산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시대적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또 지난 정기국회에서 문광위원회 만장일치로 ‘한글날 국경일 지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경제적 논리에 의해 ‘쉬지 않는 국경일’이라는 대안이 거론되는 듯합니다. 이것은 음식이름을 쓴 종이로 제사상을 차리는 ‘놀부심보’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일 영국인이 수백 년 전 어느 날 알파벳을 만들었다면, 영국과 미국은 매년 엄청난 기념행사와 잔치를 펼쳤을 것입니다.”

a 축사를 한 신기남 의원과 여는 말을 한 민병두, 이계진 의원

축사를 한 신기남 의원과 여는 말을 한 민병두, 이계진 의원 ⓒ 김영조

제1주제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장소원 교수가 ‘방송언어의 공공성 향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방송에서의 발음, 표기,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전문 방송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평가 ▲방송언어교육의 의무화 ▲연예인 등 일반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능력 점검과 그 결과에 따른 재교육 실시, 재고용 여부의 반영 ▲보도프로그램, 즉 뉴스보도문에 대한 사전 검토 장치 마련 등을 주장했다.

그리고 “국민이 뉴스프로그램을 언어의 표준으로 생각하는 까닭에 뉴스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검토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면서 “뉴스의 성격상 시간이 촉박하여 어렵다는 생각에는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에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최경진 교수는 토론에서 “연예프로그램의 특성상 프로그램 전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문제있는 출연자만 제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제1주제 발표자 장소원 교수와  토론자 최경진 교수

제1주제 발표자 장소원 교수와 토론자 최경진 교수 ⓒ 김영조

a 제2주제 발표자 홍영호 변화사와 토론자 정재환씨

제2주제 발표자 홍영호 변화사와 토론자 정재환씨 ⓒ 김영조

이어서 제2주제는 ‘공공기관의 언어사용’이라는 제목으로 홍영호 변호사가 발표했다. 그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별로 어문규정 준수 실태,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 것,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 표준어 규정에 어긋난 것, 외래어 표기법 따위로 구분하여 분석하여 공공기관 언어사용의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그는 국어기본법 제3조를 개정하여 어문규범에 따라 한글로 작성하여야 할 의무가 부과되는 공공기관의 범위를 확대하고, 중앙 및 지방공무원, 정부투자기관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국어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정부 각 기관에서 국어상담소를 적극 활용하고, 국회 법사위원회와 법제처에 국어전문가가 상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인 정재환씨는 토론을 통해, 공공기관이 언어사용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공공기관 스스로 위반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강행규정과 처벌규정을 국어기본법에 넣을 것을 주문했다.

제3주제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가 ‘국어기본법 실효성 확보방안’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국어기본법이 만족스러운 효과를 드러내고 있지 못하는 것은 국어기본법에 선언적 조항이 대부분이며, 강제적 조항이 없는 법의 성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중매체가 국어사용을 오도하여 국어를 파괴하고 있는데 이 잘못을 바로잡을 근거가 국어기본법에는 전혀 없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필요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규정으로 다듬어야 하고, 둘째는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적절히 제재할 수 있는 규정으로 가다듬을 것을 주장했다. 법 정신과 법의 구체적인 사항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시정을 요구하거나, 그 내용을 언론이나 관보를 통해 공표하거나,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단계를 설정하여 실효성을 확보하는 법령을 주문했다.

a 제3주제 발표자 권재일 교수와 토론자 남영신 회장

제3주제 발표자 권재일 교수와 토론자 남영신 회장 ⓒ 김영조

이에 토론자로 나선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회장은 국무총리 산하에 국어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국어심의회를 두어야 하고, 언어는 나라의 정체성과 개방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언어영향평가를 적극 도입해야 하며, 정부ㆍ국회의 공용문서 등을 다룰 국어상담소의 전문인력이 보강되고, 이를 위해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토론회를 정리한 국립국어원 남기심 원장은 “각종 국어토론회에서 그릇 즉 껍데기만 가지고 이야기한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다. 이를 균형있게 다루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국어정책은 문화 전반과 같이 가야 하며, 이에 대한 문화의 폭이 깊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어심의회는 국어학자만 했는데 언어는 문화 사회 등 전반에 관련되어 있으므로 앞으론 문화의 소양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이미경 위원장은 보내온 인사말에서 “언어연구학으로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대의 언어학대학에서 세계의 모든 문자를 놓고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한글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유네스코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말뿐인 언어 2900여 종에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것 역시 한글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정작 나라 안에서는 우리의 한말글(우리말과 한글을 하나로 묶어 말하는 새롭게 다듬은 말임)이 푸대접받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정부와 국회 사법부 등의 공공기관 그리고 언론매체에서 소홀히 하고 있음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시 한번 짚어볼 일인데 이런 때 국회에서 이런 토론회가 열렸음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한글이 국보 1호로 대접받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을 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