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일동포가 중심이 된 관현악단 만들겠다" | | | [인터뷰] '임진강' 지휘한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 | | | |
| | ▲ 지휘자 김홍재 | ⓒ이철우 제공 | | 어렵사리 일본에 여러 차례 전화를 한 끝에 지휘자 김홍재, 음악감독 이철우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무국적 재일동포 지휘자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나라가 분단돼있기 때문에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응당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일본에 있는 동포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것이 음악가로서 해외 연주에도 큰 제약이 있고, 일본 국내에서 지원금을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나는 동포 2세이어서 1세 즉,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것을 당연한 사명으로 생각한다."
- 그동안의 음악인생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윤이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내가 윤이상 선생님에게 음악적 영향을 크게 받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하고 있다. 또 1985년 교토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처음 북한에 가 연주한 것, 2000년 아셈회의 때 남한 초청으로 한국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것들을 잊을 수 없다."
- '임진강'이 너무 아름다운데 곡에 대한 설명을.
"임진강은 분단의 아픔, 그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절절이 묻어나오는 음악이다. 특히 이 음악의 작곡, 작사가가 서울 출신이어서 이산가족의 아픔이 진실 되게 선율에 담겨있다. 임진강은 분단된 북한과 남한을 50년이 넘도록 유유히 평화롭게 흐르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이어간 자연적인 조건인 임진강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곡이다."
음악감독 이철우(67) 선생은 이 부분에서 "처음 김홍재가 데뷔할 때 이 곡을 편곡하여 앙코르 곡으로 연주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이 첫 연주 뒤 일본 관현악단들이 거의 연주했다. 강이란 농경민족에게 모성애가 있는 자연이며, 작은 그릇을 큰 그릇에 담는 속성으로 강을 비유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생각된다"라고 거든다.
- '아리랑 환상곡'은 남한에도 많이 알려진 곡인데 이 곡에 대한 이야기도 해 달라.
"아리랑은 나의 정신적, 문화적 뿌리이다. 아들은 부모를 생각하고, 실향민들은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는 그런 아리랑이란 생각이다. 이런 아리랑을 잘 간직하고, 일본에서 잊지 않도록 연주 때마다 빼놓지 않는다. 해외 연주 때도 언제나 연주하며, 어쩌면 이 아리랑 연주는 재일동포로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 교향곡 '피바다'는 남한에서 혁명가곡으로 알려져 부담감이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1930년대 일제에 짓밟힌 온 나라가 피바다, 불바다가 된 것이 사실이고, 이걸 가극으로, 교향곡으로 옮겼는데 좋은 곡이다. 곡이 좋아서 연주했는데 일본에서는 전혀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 혁명은 일종의 개혁이고, 그동안 남쪽에서도 부당한 독재정권에 계속 저항해왔지 않은가? 이 피바다는 일제에 항거한 내용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재일동포를 중심으로 한 교향악단을 만들 것이다. 예를 들면 '도쿄 코리안 심포니'란 이름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음악은 내가 맡고, 자금은 외삼촌인 이철우 선생님이 맡아 준비하고 있는데 문제는 제대로 된 교향악단일 때 연간 20억 엔이 든다는데 있다. 많은 분, 많은 동포기업의 도움과 함께, 남북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
역시 재일조선예술연구소 소장이며, 윤이상 음악연구소 부소장인 이철우 음악감독은 이 대목에서도 도움말을 준다. 그는 "재일동포 음악가들은 눈에 안 보이는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음악대학을 나와도 갈 데가 없다. 그래서 새 악단을 만들면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며, 남북 연주가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적, 기술적으론 충분한데 돈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철우 음악감독은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무국적인 김홍재가 윤이상 선생님의 초청으로 독일에 갈 때 일본 정부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직접 대고 가라, 서양에서 배워오면 안 된다, 독일의 지휘자가 되면 안 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김홍재는 일본 직업음악인 특히, 교향악단 음악감독들이 투표해 뽑는 '와타나베 아키오상'을 받았다. 음악현장에선 김홍재를 인정하고, 제도권은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다'라며, 천재 음악가 김홍재가 받는 불이익을 얘기해주었다.
또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통일이 하루 늦으면 개인들에게 어려운 일이 되고, 한 달 늦으면 나라에 어려움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엔 남한에 가려면 조총련이 군사정권이니까 가면 안 된다며 말렸지만 지금은 그런 말 못한다. 일본은 가장 보수적인 나라이다. 도조 히데키 따위의 일급 전범들에게 연금을 주는 나라가 일본이며, 전범 유가족들이 자민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서 수상의 신사참배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 김영조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