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등 북한 대표 관현악곡 '남으로!'

신나라,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 음반 출반

등록 2005.12.07 15:14수정 2005.1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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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서정적인 대표관현악곡 ‘임진강’ 음반 표지
북한의 서정적인 대표관현악곡 ‘임진강’ 음반 표지신나라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내리고
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녘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위 노래는 1957년 북한의 작곡가 고종환이, 북한 시인 박세영의 시에 곡을 붙인 '임진강'의 1절이다. 1968년 일본 포크그룹이 불러 오히려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윤이상의 제자인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50)씨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연주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에는 젊은 소리꾼 김용우씨와 한선희씨, 노래모임 개똥이 등이 불러 알려졌다.


국악방송에서 '김용우의 국악이 좋아요'를 진행했던 소리꾼 김용우는 지난 2001년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통일 아리랑'이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 이때 '임진강'이 처음 소개되었다. 김용우는 이날 통일의 염원을 담은 이 노래에 우리 민요 가락을 살짝 얹어 불렀다고 한다.

이 감칠맛 나는 음악 '임진강'을 대표곡으로 국내에서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북한의 대표적 관현악곡을 한자리에 모은 음반 '조선관현악특집-임진강'이 신나라(회장 김기순)에서 나왔다. 이 음반에는 '임진강' 외에 최성환 작곡의 관현악곡 '아리랑 환상곡', 강기찬 작곡의 춤곡 '도라지', 박민혁 작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향가', 교향곡 '피바다' 등 다섯 작품이 실렸다.

지휘자 김홍재가 지휘하는 모습 1
지휘자 김홍재가 지휘하는 모습 1이철우
음반은 1978년 3월 22일 일본 시부야 공회당에서 김홍재씨가 지휘한 도쿄 스틱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실황(음악감독 이철우) 녹음이다. 당시 공연은 북한 관현악곡의 일본 초연무대로 재일동포와 일본인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음악회는 처음부터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었는데 먼저 전곡을 초연으로 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임은 물론 일본에서 낯선 북한의 관현악곡들만으로 연주한다는 것이었다. 또 악보는 있지만 그것을 관현악의 각 부분별로 옮기고, 꽹과리 같은 민족 타악기들을 일본의 관현악에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와 곡의 느낌을 일본사람들이 잘 느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 따위들이 있었다.

하지만 연주회 당일 아침부터 비가 억수 같이 내렸으며, 연주 시간이 7시임에도 불구하고 3시부터 사람들이 비를 맞고 줄을 선 것은 물론 그날 모든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음악회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그 날 전문가들은 "북의 음악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김홍재가 훌륭한 데뷔를 했고 일본사람에게 없는 대륙적 음악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홍재는 아주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고 훌륭한 음악성을 지닌 지휘자다"라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임진강
임진강신나라
음반의 대표곡인 '임진강'은 김홍재씨가 2000년 10월 서울에서 한국방송 교향악단과 음악회를 열 때 남한에 첫 선을 보인 것으로 연주회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또 김홍재가 1985년 '교토교향악단'을 거느리고 평양에서 음악회를 했을 때도 '임진강'이 재청곡이었다.

또 '아리랑 환상곡'은 북한의 전통국악 현대화에 앞장섰던 공훈예술가 최성환이 1976년 작곡해 북한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는 관현악곡의 대표작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춤곡 '도라지'는 민요 '도라지'를 원곡으로 하여 만들어진 춤음악으로 강기찬씨가 작곡한 것이다.


네 번째 실린 바이올린협주곡 '사향가'는 1910년 무렵 널리 불려지던 '사향가(다른 이름 '타향가')로 작곡가 박민혁씨가 1979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향곡 '피바다'는 1920년대 창작된 고전극 '피바다'를 바탕으로 1970년에 만들어진 혁명가극 '피바다'의 가요와 아리아를 각 악장 주제로 해서 작곡가 김영규와 김윤봉이 작곡했다.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애절함, 익숙한 민요적 선율이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으며, 때때로 폭발하는 듯한 격렬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 교향악들을 지휘한 김홍재는 1954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로 도호학원대학에서 오자와 세이지, 모리 타다시 등에게 배운 뒤 1979년 도쿄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일본 국적이 아니란 까닭으로 2등상을 받고 대신 특별상인 사이토 히데오상을 최초로 수상하여 화제가 되었다. 도쿄교향악단, 나고야필하모닉교향악단, 교토시교향악단, 히로시마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다가 1989년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에게 배웠다.

지휘자 김홍재가 지휘하는 모습
지휘자 김홍재가 지휘하는 모습이철우
그 뒤 김홍재는 일본에서 윤이상 작품 교향곡 1번, 2번, 3번 등 20여 곡을 성공적으로 초연했으며, NHK 교육텔레비전에 방영되어 절찬을 받기도 했다. 1992년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미국 선보이기에 성공하고, 1998년 '차세대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우수한 지휘자' 상인 '와타나베 아키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현재 올해 말까지 히로시마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있다.

한국에선 지난 2000년 김홍재가 구술하고, 박성미가 쓴 책 <김홍재, 나는 운명을 지휘한다>가 김영사에서 나온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 김홍재가 우리에게 던져준 물음은 '조국이 무엇인가?'란 것이었다. 일본정부의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무국적을 고집했던 김홍재. 하지만 그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했다. 그 김홍재의 뜨거운 조국사랑을 음반 '임진강'에서 확인하자.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통일을 위한 장정에 동참하자.

"재일동포가 중심이 된 관현악단 만들겠다"
[인터뷰] '임진강' 지휘한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

▲ 지휘자 김홍재
ⓒ이철우 제공
어렵사리 일본에 여러 차례 전화를 한 끝에 지휘자 김홍재, 음악감독 이철우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무국적 재일동포 지휘자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나라가 분단돼있기 때문에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응당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일본에 있는 동포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것이 음악가로서 해외 연주에도 큰 제약이 있고, 일본 국내에서 지원금을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나는 동포 2세이어서 1세 즉,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것을 당연한 사명으로 생각한다."

- 그동안의 음악인생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윤이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내가 윤이상 선생님에게 음악적 영향을 크게 받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하고 있다. 또 1985년 교토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처음 북한에 가 연주한 것, 2000년 아셈회의 때 남한 초청으로 한국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것들을 잊을 수 없다."

- '임진강'이 너무 아름다운데 곡에 대한 설명을.
"임진강은 분단의 아픔, 그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절절이 묻어나오는 음악이다. 특히 이 음악의 작곡, 작사가가 서울 출신이어서 이산가족의 아픔이 진실 되게 선율에 담겨있다. 임진강은 분단된 북한과 남한을 50년이 넘도록 유유히 평화롭게 흐르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이어간 자연적인 조건인 임진강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곡이다."

음악감독 이철우(67) 선생은 이 부분에서 "처음 김홍재가 데뷔할 때 이 곡을 편곡하여 앙코르 곡으로 연주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이 첫 연주 뒤 일본 관현악단들이 거의 연주했다. 강이란 농경민족에게 모성애가 있는 자연이며, 작은 그릇을 큰 그릇에 담는 속성으로 강을 비유한 것이 성공요인으로 생각된다"라고 거든다.

- '아리랑 환상곡'은 남한에도 많이 알려진 곡인데 이 곡에 대한 이야기도 해 달라.
"아리랑은 나의 정신적, 문화적 뿌리이다. 아들은 부모를 생각하고, 실향민들은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는 그런 아리랑이란 생각이다. 이런 아리랑을 잘 간직하고, 일본에서 잊지 않도록 연주 때마다 빼놓지 않는다. 해외 연주 때도 언제나 연주하며, 어쩌면 이 아리랑 연주는 재일동포로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 교향곡 '피바다'는 남한에서 혁명가곡으로 알려져 부담감이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1930년대 일제에 짓밟힌 온 나라가 피바다, 불바다가 된 것이 사실이고, 이걸 가극으로, 교향곡으로 옮겼는데 좋은 곡이다. 곡이 좋아서 연주했는데 일본에서는 전혀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 혁명은 일종의 개혁이고, 그동안 남쪽에서도 부당한 독재정권에 계속 저항해왔지 않은가? 이 피바다는 일제에 항거한 내용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재일동포를 중심으로 한 교향악단을 만들 것이다. 예를 들면 '도쿄 코리안 심포니'란 이름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음악은 내가 맡고, 자금은 외삼촌인 이철우 선생님이 맡아 준비하고 있는데 문제는 제대로 된 교향악단일 때 연간 20억 엔이 든다는데 있다. 많은 분, 많은 동포기업의 도움과 함께, 남북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

역시 재일조선예술연구소 소장이며, 윤이상 음악연구소 부소장인 이철우 음악감독은 이 대목에서도 도움말을 준다. 그는 "재일동포 음악가들은 눈에 안 보이는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음악대학을 나와도 갈 데가 없다. 그래서 새 악단을 만들면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며, 남북 연주가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적, 기술적으론 충분한데 돈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철우 음악감독은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무국적인 김홍재가 윤이상 선생님의 초청으로 독일에 갈 때 일본 정부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직접 대고 가라, 서양에서 배워오면 안 된다, 독일의 지휘자가 되면 안 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김홍재는 일본 직업음악인 특히, 교향악단 음악감독들이 투표해 뽑는 '와타나베 아키오상'을 받았다. 음악현장에선 김홍재를 인정하고, 제도권은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다'라며, 천재 음악가 김홍재가 받는 불이익을 얘기해주었다.

또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통일이 하루 늦으면 개인들에게 어려운 일이 되고, 한 달 늦으면 나라에 어려움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엔 남한에 가려면 조총련이 군사정권이니까 가면 안 된다며 말렸지만 지금은 그런 말 못한다. 일본은 가장 보수적인 나라이다. 도조 히데키 따위의 일급 전범들에게 연금을 주는 나라가 일본이며, 전범 유가족들이 자민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서 수상의 신사참배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 김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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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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