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야스쿠니 불똥 미국에 튈까 우려

[중-일, 패권경쟁 달아오른다 10] 야스쿠니 참배, 왜 문제가 되는가? 6편

등록 2006.01.04 10:18수정 2006.01.04 10:42
0
원고료로 응원
본래 이번 기사에서는,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비판의 초점을 'A급 전범 안치'에 두고 있는 한·중 양국의 접근법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다루려 했었다. 그런데, 1월 1일부터 3일까지 중·일 양국 언론에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우려를 크게 취급하는 기사를 발표하였다. 특히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월 1일자 조간 기사에서 이 문제를 크게 다루었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를 관심 있게 분석하였다. 그래서 제9회 때의 예고와는 달리, 이번 제10회에서는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한 부시 행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다룬 <마이니치신문> 기사의 주요 부분을 소개하기로 한다. -필자 주

"부시 행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인한 중일관계의 악화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일본정부에 대해 아시아전략의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1월 1일자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월 3일자 기사에서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를 관심 있게 분석하였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가 작년 10월 17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이래 중일관계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미국 행정부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우려'(concern)의 뜻을 전달했다. 미국정부는 야스쿠니 문제로 인해 일본의 고립이 심화되고 미국의 국익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참배 중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어도 일본에게 아시아전략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이 이 같이 일본정부를 압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조짐이 조금도 나타나지 않자,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작년 11월 동아시아 방문 기간에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일련의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작년 11월 16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주제는 바로 중국문제였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어떻게 보느냐?"라며 대(對)중국 전략에 관한 설명을 구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부시 대통령이 11월 20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포함한 역사문제에 관한 대화의 촉진을 요구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동아시아 방문 때에 부시 대통령을 수행했던 마이클 클린 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부장은 12월 28일 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역사문제에서 일본을 악당으로 자리 매김하고 고립시키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에게는 그에 대항할 만한 전략이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9회 때에 설명한 바와 같이,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스쿠니신사는 미국 패권주의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동북아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야스쿠니신사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야스쿠니신사 문제로 인해 동북아 역내(域內)에서 점차 고립된다는 것은 미국의 동북아 핵심 파트너가 힘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미국의 동북아정책에 중대한 차질이 생김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야스쿠니신사 문제가 자꾸 부각되면 될수록 야스쿠니신사를 지탱하는 미일동맹의 '검은 실체'가 점차 부각되어 미국의 역내 위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북·미 간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스쿠니 참배문제로 중·일 대립이 격화되면 미국의 6자회담전략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도 야스쿠니 문제에 '원초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이상 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기는 힘들지만, 미국은 적어도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것만큼은 원치 않고 있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여 '친히' 참배하는 모습까지 보여 줌으로써 이 문제를 더욱 더 부각시킴에 따라 미국의 곤혹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는 미국이 처한 한 가지 현실을 읽을 수 있다. 위 <마이니치신문>의 표현처럼, 미국이 참배 중지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아시아전략의 수정을 요구하는 간접적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을 뿐이다. 핵심 동맹국인 일본마저 제대로 통제하기 힘든 미국과 부시의 '고초'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