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인사청문회는 '정쟁용'인가

[뉴스가이드] 야당-청와대 입장 정면충돌... 노대통령 진퇴양난

등록 2006.02.09 13:33수정 2006.02.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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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우식, 이종석, 유시민 장관 내정자등의 임명 철회 요구와 청문회 관련법 개정 추진 등을 밝혔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우식, 이종석, 유시민 장관 내정자등의 임명 철회 요구와 청문회 관련법 개정 추진 등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인사청문회의 후폭풍이 거셀 것 같다. 한나라당은 '부적격'도 아니고 '절대 부적격’을 외친 반면, 청와대는 '임명 강행' 의사를 밝혔다.

접점 찾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청문회 결과로는 부족했는지 5명의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오늘 그 결과를 발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해당 분야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장관 내정 사실에 변동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임명 여부는) 인사권자의 판단영역"이라고 했다. 청문회 결과는 '참조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중 어느 한 쪽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한 장관 인사청문회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묻게 된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꼭 필요한 제도인가?

장관 인사청문회는 청와대의 작품, 해법은 결자해지

장관 인사청문회는 청와대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재산형성과정 등이 크게 문제가 돼 낙마하게 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내놨다.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장관 인사청문회는 애초부터 반쪽짜리 제도로 출발했다. 인준절차를 거치지 않는 청문회, 그래서 그 결과가 대통령 맘에 따라 수용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청문회였다. 헌법상 장관 임명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었기에 국회 인준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장관 인사청문회의 효용성을 새삼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준 절차가 배제된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로, 야당은 들러리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를 용인할 야당이 아니다. 자신들의 의견을 어떻게든 관철하려 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의 정쟁은 필연적이란 얘기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하려 하고 있다. 청문회를 연 해당 상임위가 '적격' 여부를 의결하면 대통령이 이를 존중토록 한다는 안이다. 하지만 이 안은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탄력이 붙기 쉽지 않다.

해법은 하나다. 결자해지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제안한 대통령 스스로 그 제도를 내건 취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고유권한인 장관 임명 절차를 국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탕에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이 깔려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물론 단서가 붙을 것이다. 국회 의견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단서 말이다.

하지만 이게 또 해결 난망한 문제다. '합리성'을 객관화된 지표로 재긴 어렵다. 그건 주관적 판단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그래서 야당이 자의적일 수 있고, 대통령이 자의적일 수 있다.

여야가 공동으로 작성하는 '청문회 경과보고서'에서 단일 의견을 적시해주면 좋으련만 그건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 내정자와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보고서가 "~하지만 ~하기도 하다"는 식으로 작성된 게 그 반증이다. 물론 '~'를 채우는 두 영역은 각각 여와 야의 것이다.

배제대상 1순위는 유시민, 그러나 낙마시키자니...

a 국회 보건복지위는 8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틀째 열었다. 유시민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친뒤, 한나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며 눈을 맞추려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8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틀째 열었다. 유시민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친뒤, 한나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며 눈을 맞추려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다른 야당도 의견을 낼 테니까 그 의견을 취합해 공통분모를 취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오늘 오전 5명의 장관 내정자 모두에게 '회의' 또는 '우려'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을 내려놓은 상태다. 공통분모는 "모두 부적격"이라는 것이다. 어찌 할 것인가?

선별대응이 강구될 수 있다. '부적격' 판정이라도 비교적 야당의 반대가 덜한 내정자는 임명하되 그렇지 않은 내정자는 임명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경우 임명 배제 대상 1순위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다. 다른 장관 내정자와는 달리 유시민 내정자에 대해서는 여야 이견으로 청문회 경과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유시민 낙마' 카드를 꺼내들기엔 노 대통령의 부담이 너무 크다. 열린우리당의 반발까지 무릅쓰고 올린 사람이 바로 유시민 내정자다. 이번 장관 인사의 상징이다. 그런데 야당 반대 때문에 이 상징을 거둬들이면 대통령의 권위가 어떻게 되겠는가.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을 자청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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