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일본 전 총리도 '국왕 야스쿠니 참배' 주장

등록 2006.02.10 10:18

수정 2006.02.10 10:18

그동안 총리 참배를 중심으로 전개된 야스쿠니 신사 문제가 이제는 국왕(소위 '천황') 참배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아소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천황 폐하가 참배하시는 것이 상책"이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지난 9일 교토에서 열린 '간사이 재계 세미나'에 참석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역시 국왕 참배론을 들고 나와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985년 8월 15일,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외교 쟁점으로 만든 장본인인 나카소네 전 총리가 또다시 국제적 논쟁에 뛰어든 것이다.

9일자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전쟁에)소집된 모든 분들은 총리 대신이 아닌 천황 폐하가 참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천황이 참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총리대신의 임무"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또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당시 A급 전범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되어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분사(分祀)는 신사측의 판단으로 할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서 A급 전범 분사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분사'라 함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의 위패를 분리해 별도의 추모시설에 안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 날 강연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가 강조한 것은 'A급 전범 분사'와 '국왕의 신사 참배'다. 나카소네 전 총리를 비롯한 일부 일본인들이 A급 전범 분사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국왕의 신사 참배'(고신파이)를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 등 주변국에서 "A급 전범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본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피해국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야스쿠니신사에서 A급 전범의 위패만 분리하면 주변국들이 총리의 참배는 물론 국왕의 참배도 반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A급 전범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변국들의 '허술한' 공격 논리를 역이용하여 국왕의 야스쿠니 참배를 실현시키자는 것이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A급 전범 분사론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분사론은 그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지론이다.

그는 지난 1999년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1985년에 중국이 신사 참배를 비판했을 때에 나는 A급 전범 분사를 어떻게든 실현시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리하여 다른 시설에 안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4년 2월 15일에는 <아사히 TV>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초혼사를 만들어 A급 전범의 위패를 옮기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니다"며 A급 전범 분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 적이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유족들의 반대가 완강해 A급 전범의 분사가 여의치 않지만, 야스쿠니 신사의 존립 목적이 '국왕을 중심으로 한 사회통합'에 있는 만큼 '국왕의 참배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되면 유족들도 분사를 무한정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일본 우익이 국왕의 야스쿠니 참배를 실현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 제기되고 있는 'A급 전범 분사'는 일본 우익이 고려하고 있는 카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일본 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 "A급 전범이 안치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불가하다"는 한·중 양국의 접근법에 '대수술'이 필요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일본이 어느 날 갑자기 분사를 강행한다면, 한·중 양국으로서는 더 이상 야스쿠니 문제를 비판할 명분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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