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사계절 밥상, 대체 어떤 맛일까

새만금 나들목에 문연 부안생태문화활력소

등록 2006.02.24 10:04수정 2006.02.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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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지만 '부안 가는 길'은 즐겁다. 첫째는 바다와 갯벌이 있어서, 둘째는 어딜 가도 하루 이틀은 신세를 지고 눌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부안을 두고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고 했을 것이다.

부안 사람들이 '핵'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쳤던 것이 불과 2년 전 일이다. 하지만 이제 핵폐기장 유치 반대운동을 하던 시기에 곳곳의 마을 건물과 골목길에 그려놓았던 반핵 벽화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새만금 연안 어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끝물막이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행사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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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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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지난 보름을 앞두고 새만금 전시관과 변산해수욕장(부안군에서는 이름을 '비키니 해수욕장'으로 바꾸었다)을 지나 마포 삼거리 인근에서는 부안의 미래를 고민하는 작은 모임이 언론에 큰 주목을 받지 않는 가운데 결성됐다.

주민들과 부안 지역의 생태, 문화, 대안학교, 공동체, 풍물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 부안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부안생태문화활력소(대표 허철희, 이하 '문화활력소')가 개관했다.

부안군 변사면 마포리에 있는 폐교 마포초등학교에 마련된 문화활력소는 부안의 생태와 문화의 결합을 통해 부안의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문화활력소는 지역주민의 문화예술 체험 다양화 및 생태문화적 활력과 삶의 질 높이기, 부안 지역문화의 조사연구 및 대안적 구성을 위한 다양한 실천 및 기획, 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전문활동가 구성 및 인적 역량의 네트워크, 생태적 삶의 모델과 문화적 삶의 모델 결합으로 21세기형 지역문화 창조 등의 일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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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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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는 상설활용 전용 공간으로는 어린이집, 주민도서관, 풍물실, 생태농생활사관, 부안문화관, '부안의 밥상'관, 마을영화관, 숙소 등이 있다. 이외 마포리 마을 주민과 변산면 일대 주민들의 공공문화 소통공간, 지역문화 기획공간 등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천연염색 및 우리 옷 만들기, 함께하는 부안문화답사, 쾌적한 문화마을 만들기, 동문 및 주민이 참여하는 '한국 근대성과 학교의 기억', 막걸리 문화제, 생태문화체험, 대보름행사, 문화예술공연 등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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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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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2006년 문화활력소가 특히 관심을 갖는 프로그램으로는 '부안의 사계절 밥상'전 프로젝트다. 현대 도시형 입맛과 상품 논리로 해체의 위기에 처한 우리네 먹거리와 밥상문화를 새로운 사람의 활력 대안으로 보존 발전시키자는 의미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전시, 영상물 상영, 워크숍, 시식회, 집담회, 관련 공연 등을 통회 지역주민과 외부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농산물과 우리 맛 살리기를 꽤하고 그 과정 자체를 기록하는 것이다.

문화활력소가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 재정의 마련은 물론 단순히 전문가들의 공간이 아닌 주민들이 생활공간과 문화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문화만이라도 제대로 가꾸자"
[인터뷰] 부안생태문화활력소 허철희 대표

▲ 부안생태문화활력소 허철희 대표.
ⓒ김준
지난해부터 부안생태문화활력소를 준비해 왔고, 이번에 대표를 맡은 사진작가 허철희 선생님을 만나서 개관 목적과 과정 그리고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허 대표는 부안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을 하고 있으며, 최근 부안의 새만금반대운동과 핵폐기장 싸움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주민들과 함께 했다.

- 문화활력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부안이 새만금과 핵폐기장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고, 큰 성과를 거둔 점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발전을 하고 있지만 왜곡되어 나타난 점도 있다. 이 중 문화만이라도 제대로 가꿔 보자는 심정으로 문화활력소를 준비하게 되었다.

2004년 부안에 생태와 문화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준비 모임을 만들었다. 단순하게 계모임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전문가 집단과 결합하여 새로운 돌파를 모색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관광부에 농어촌 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친환경공간사업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폐교를 임대 개관하게 되었다."

-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 점은?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정부의 지원금이 리모델링 비용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상(폐교)를 찾아야 했다. 욕심이 났던 공간은 잠시 생태학교로 이용되었던 부안군 하서면의 돈지초등학교였지만 사정이 있어 임대할 수 없었다. 대신에 이곳 마포초등학교를 선택했다. 리모델링 비용도 지원금으로는 부족해 주민, 부안을 사랑하는 사람들,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후원금과 지원을 해주었다."

- 고향에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해 상급학교를 가는 대신에 인쇄 일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고, 기획일도 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부안 지역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마을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부안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특히 새만금사업이 추진되면서 감성적으로 '저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화호를 보면서 이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당시 부안에서는 몇 사람 말고는 반대의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보상이 얼마나 나오는가 하는 점에 관심이 더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사진으로 새만금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해 서울의 '밥벌이'와 부안의 '사진 일'을 겸하게 되었다."

- 새만금운동의 과정에서 매향제와 장승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당시 답답함을 푸는 계기로 매향제를 계획했다. 모두들 밀레니엄으로 소란스러울 때, 매향제를 통해서 새만금문제에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갯벌과 바다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뿐 매향제가 끝나자 너무 성이 차지 않아 고민하다 최병수작가와 함께 갯벌에 장승을 세우기로 했다. 나는 지금도 그곳을 '해창장승벌'이라고 부른다. 이제 그곳은 '안티새만금'의 메카가 되었다."

- 앞으로 문화활력소 운영은 어떻게할 생각인가.
"문화활력소는 부안의 역사, 생태, 천연염색, 미술, 미디어, 도예 등 가능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생각이다. 전문활동가들이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함께 지원하고 운영할 생각이다. 이미 변산공동체, 풍물패 천둥소리, 유기농공동체 등과 함께 폐교를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영상에 재정적인 어려움이 제일 큰 문제일 것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신청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문화활력소가 부안의 수산물, 농산물 등 생산물이 서울을 비롯해 외부에 소통되는 채널도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살아야 주민이 살고 지역문화도 살아난다. 이를 위해서 '생태'와 '문화'를 결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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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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