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력 강한 작은 섬, 갯사람들

[섬이야기35]전남 신안군 팔금도

등록 2006.05.01 11:49수정 2006.05.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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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처음 들어가 본 사람들은 섬의 크기에 놀라고, 육지 못지않게 많은 농사에 또 놀란다. 지금은 섬을 찾는 사람도 많고, 정보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축구라도 하는 날이면 공이 바다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처럼 섬에 자주 드나들기 전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팔금도는 신안의 면단위의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다. 팔금도는 매도, 거문도, 거사도, 백계도, 원산도, 매실도, 일금도 등 8개의 섬이 연결되어 그 모양이 나는 새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팔금도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한 것은 190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며, 이전에는 현재의 논들은 대부분 갯벌이었으며 고작 산골짜기 옹달배미 정도가 논이었을 것이다.


a 팔금도 김양식모습

팔금도 김양식모습 ⓒ 김준


a 암태도와 추포리 사이 갯벌에까지 나가 갯지렁이를 잡는 팔금도 주민들

암태도와 추포리 사이 갯벌에까지 나가 갯지렁이를 잡는 팔금도 주민들 ⓒ 김준


a 지난겨울 염전 저수지를 손질하며 잡은 망둥이

지난겨울 염전 저수지를 손질하며 잡은 망둥이 ⓒ 김준

갯벌은 낙지, 석화, 망둥이 등 어민들의 용돈벌이에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지만, 이보다는 인간과 자연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이 배설한 온갖 유기물을 분해해 건강한 바다를 유지하게 해주며, 각종 저서생물은 물론 서해에 서식하는 고기들이 산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것이 갯벌이다.

갯벌의 종류에 따라 칠면초, 퉁퉁마디, 나문재 등 갖가지 염생식물들이 갯벌에서 자라며, 갯벌과 인접한 사구에는 솔장다리, 순비기나무, 통보리사초, 갯방풍, 해당화 들이 자란다. 갯벌은 바다생물과 육지생물이 공존하는 생물 종다양성의 전시장이며 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팔금도의 박지갯벌은 이러한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팔금도와 주변의 작은 섬들 사이에 발달한 갯벌은 어민들에게는 철따라 낙지, 갯지렁이 등 소득원이지만 그 자체라도 생태적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이미 함초 등 염색식물을 이용한 음식과 한방치료, 갯벌로 만든 화장품 등 다양한 기능성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갯벌은 연구결과에 따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춘 보물창고이다.

a 팔금도 고산선착장에 내리는 주민들

팔금도 고산선착장에 내리는 주민들 ⓒ 김준


a 팔금도는 암태도를 비롯해 인근 자은도, 안좌도 다리가 연결되어 압해도(압해-목포 연도교 공사중)와 암태도간 다리가 완공되면 육지와 바로 연결된다.

팔금도는 암태도를 비롯해 인근 자은도, 안좌도 다리가 연결되어 압해도(압해-목포 연도교 공사중)와 암태도간 다리가 완공되면 육지와 바로 연결된다. ⓒ 김준


생활력이 강한 사람들

팔금도의 생업은 쌀농사와 마늘농사가 중심이다. 한때 소금를 생산한 일부 염전들은 소금 값이 떨어지면서 새우양식으로 전환하였다. 고산마을을 중심으로 김양식를 비롯해 어업이 비교적 활발하다. 팔금도만의 특별히 고기잡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봄철 숭어, 가을철 낙지잡이와 망둥이 잡이, 봄철과 가을철에 농게와 서리게(칠게)를 잡는다.


숭어잡이는 대맥이와 개맥이 혹은 삼중그물(삼마이)을 활용하고 있다. 대맥이는 물이 들어올 때 그물을 내려두었다가 썰물에 그물을 박아 놓은 대나무에 걸어서 빠져나가는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개맥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팔금도에서는 특별히 대맥이라고 부른다. 이 외에 자은도 등 모래펄이 발달한 곳에서 많이 이용하는 삼마이도 있다. 일반적으로 삼중그물은 부표를 달고 닻을 매어 조류에 따라 움직이도록 설치하지만 장소에 따라서 말목을 박고 그물을 고정시켜 숭어를 잡는 경우도 있다.

팔금도의 고산리 일대의 갯벌과 암태도 수곡리와 추포도 사이의 갯벌에서는 가을철 낙지잡이와 봄철 갯지렁이 잡이를 많이 한다. 특히 안좌-팔금-암태-자은도가 연결되면서, 팔금도 주민들은 인근 섬 갯벌로 원정을 가 갯지렁이를 잡기도 한다.


다른 지역은 팔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논과 밭이 많아 농업에 종사를 많이 하지만 팔금의 고산리처럼 농사가 적고 일찍부터 갯일에 익숙한 주민들은 다리가 연결되면서 인근 섬 갯벌로 원정작업을 나가기도 한다.

특히 암태도 추포리 노두 인근 갯벌에는 팔금 주민들 너댓 명의 팔금도 주민들이 갯지렁이를 잡는다. 하루 작업에 4-5만원 벌이를 하는 갯일이지만 암태수곡리와 추포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어장에서 작업을 하는 것에 특별히 괘념치 않는다. 지금은 시멘트 도로로 연결되었지만 체도와 매도를 연결하는 노두처럼 옛날에는 작은 섬들은 징검다리를 놓아 밟고 다녔다. 팔금도에는 황토갯벌, 염전, 노두, 우실 등이 잘 조성되어 섬사람들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a 고려말 세워진 팔금면 읍리의 삼층석탑(지방유형문화제 제71호)

고려말 세워진 팔금면 읍리의 삼층석탑(지방유형문화제 제71호) ⓒ 김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닷컴-섬섬玉섬'에도 연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닷컴-섬섬玉섬'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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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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