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병치가 이곳 바다에서만 나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어디 포구나 조금 무렵에 병치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박해 있는 배들의 십중팔구는 병치 잡는 그물을 싣고 있다. 크면 고용된 선원들까지 네댓 명이, 작으면 부부 혹은 부자지간에 그물질을 하는 것이 병치철의 바다풍경들이다.
전국에 유통되는 병치의 60% 이상 공급하는 곳이 전남 지도읍에 위치한 손바닥만 한 작은 섬 '송도'다. 이 섬에는 고추와 깨를 비롯해 밭농사와 갯벌을 막아 마련한 작은 논에 벼농사를 짓는 70여 호의 주민들과 10여 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송도공판장'이 있다.
신안수협에서 운영하는 '송도공판장'은 겨울철 몇 달을 제외하고 늘 문이 열려 있다. 광어, 농어, 돔, 갑오징어 등 잡어들이 잡히기 시작하면, 기세등등한 찬바람도 물러가고 병치들이 한두 마리씩 그물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놈들이 남해 먼 바다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꽃 소식들이 남쪽 섬에서 들려오기 시작할 무렵 조도해역을 지나 임자도, 우이도, 안마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해 산란준비를 한다.
이곳 갯벌은 모래갯벌이 발달해 하늘이 주신 산란장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부터 모여들었던 모양이다. 돈 실으러 간다는 칠산어장의 조깃배들도 이곳에서 그물질을 하며 올라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