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 송이의 아이들.안준철
"아,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동안에 쓴 생일시를 뒤적이다가 저 혼자 한 말입니다. 12월에 쓴 생일시가 한 편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12월에 생일이 든 아이가 하나도 없었을까? 그런 지도 모르지요. 12월은 그렇더라도 1월과 2월에 생일이 든 아이들은 저에게 불만이 많을 것입니다. 하긴 그 아이들도 할 말이 없긴 합니다. 방학 중에 저에게 메일을 보내면 시를 써주겠다고 했거든요. 다른 아이들도 생일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메일을 주고받았으니까요.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승의 날인 오늘 저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스승의 날이면 들리곤 하는 많은 말들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여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더 열심히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겠습니다.
그 사랑의 표현이 때로는 거친 투쟁의 함성으로 들릴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죽이는 교육에는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천하보다도 귀한 생명으로 대하지 않고 공부하는 기계로 취급하는 입시위주 교육을 막아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하루빨리 입시 전쟁터가 아닌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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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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