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3회

불행의 징조

등록 2006.05.23 17:54수정 2006.05.23 17:54
0
원고료로 응원
오래간만에 배불리 먹은 사냥꾼들은 잡은 영양을 불 가까이에 두고 풀로 덮어놓고서는 잠이 들었다. 사냥꾼들은 따로 불침번을 두지 않더라도 짐승들이 영양의 시체를 노리고 모여든다면 그 즉시 일어나 가까이에 든 불쏘시개에 불꽃을 붙여 들고서는 언제든지 맞서 싸울 태세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 오래 산 짐승들의 대부분은 어두운 밤중의 밝은 불빛은 인간들의 상징이라 여겨 함부로 범접하지 못했다.

-사아악


멀찍이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린 건 9명이 거의 동시였다. 그 만큼 상대방은 몰래 접근한다고 보기에는 움직임이 서툴렀다. 사냥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불쏘시개에 불꽃을 받아 들고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침입자를 대비했다. 소리가 나는 방향은 아주 명료했기에 경험 많은 사냥꾼들은 그리 당황해하지는 않았다. 풀을 밟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고 마침내 상대방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침입자의 모습을 확인한 사냥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지금껏 보아왔던 어떤 짐승들과도 모습이 달랐다. 두발로 걷는 동물이었지만 드물게 마주치는 커다란 원숭이와는 체구부터가 달랐고 그렇다고 작달막한 원숭이 보다는 더 컸다. 그것은 전혀 털이 없었고 손에는 이상한 빛을 내는 횃불을 들고 있었다.

-크악!

이락이 큰 소리와 함께 손에 든 횃불을 휘둘러 상대를 위협했다. 놀란 상대는 크게 뒤로 물러나며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 대었다.


-이라라라악

그것은 사냥꾼들이 알고 있는 범주 내에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하지만 횃불에 겁을 내는 것을 보아서는 다른 짐승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락이 다시 다가서자 그 짐승은 손에 든 횃불을 놓치고서는 부리나케 도주해 그 모습을 감추었다.


사냥꾼들은 마치 악몽을 꾼 듯한 기분이었다. 이락은 짐승이 놓고 간 이상한 횃불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횃불의 불빛은 사냥꾼들에게 정말로 이상하게 보였다. 그것은 어찌 보면 마치 달빛과도 닮아 보였고 매우 환하면서도 곧게 비치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아무런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락은 조심스럽게 이상한 횃불의 불빛에 손을 대어보았다.

-우!

놀란 사냥꾼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지만 이락은 불빛에 손을 댄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빛을 내면서도 아무런 열기도 내지 않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횃불에 손을 대어 보았고 심지어 오시는 그 불빛을 얼굴에 대어서 다른 사냥꾼들을 기겁하게도 만들었다.

사냥꾼들의 이런 여유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또다시 풀숲 속에서 불빛과 함께 움직임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번은 하나가 아니었다.

-적어도 셋

분명 아까 도망쳤던 짐승이 자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온 것이었다. 그래도 이쪽이 숫자는 더 많았고 상대의 불꽃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터득한 바였기에 사냥꾼들은 자신만만하게 횃불을 부여잡고 짐승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순간 밝은 불빛이 제일 앞에 선 사냥꾼의 눈을 부시게 했다.

-우억?

그와 동시에 새하얀 불꽃이 그 사냥꾼의 몸을 덮쳤고 그는 비명도 못 지른 채 그 불꽃에 몸이 두 토막이 나서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이락은 무섭게 소리를 내지르며 나무위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피이익!

하얀 불꽃은 연이어 사냥꾼들을 덮쳤고 그때마다 정확히 그들의 몸을 두 토막 냈다. 이락은 도무지 상대방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몸이 반응하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한 사냥꾼이 나무에 오르자마자 그 불꽃은 나무까지 치달아 올라 사냥꾼과 나무를 동시에 두 토막 내었다.

-꽤액!

무시무시한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뒤덮었다. 불덩이가 되어 쓰러지는 나무를 가까스로 피한 오시가 땅에 납작하게 엎드려 부들거리자 이락은 그를 안아들어 부축하고서는 무작정 뒤로 달음박질쳤다. 이락의 뒤에서는 밝은 불꽃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2. 2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3. 3 [단독] 홍준표 측근,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빌려줘 "전화비 없다고 해서" [단독] 홍준표 측근,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빌려줘 "전화비 없다고 해서"
  4. 4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5. 5 고3 엄마가 수능 날까지 '입단속' 하는 이유 고3 엄마가 수능 날까지 '입단속' 하는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