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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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6.06.30 17:37수정 2006.06.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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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과 오시, 수이는 해가 졌음에도 마을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만 했다. 가지고 있는 영양고기는 이제 한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한 양으로 줄어 있었다. 하지만 구석구석을 먹을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는 벌레조차 기어 다니는 걸 볼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텅 빈 마을에서 웅크리고 앉은 셋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이런 경우는 모두가 처음이었고 예전에 겪은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당장 시급한 일은 이대로 굶을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하루 밤을 지새운 후 그들은 먹을 것을 찾아 마을을 떠났다.

솟은 우선 큰 사냥감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큰 사냥감에 욕심을 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었다. 불과 셋, 그것도 여성인 수이까지 끼여 있는 일행으로서는 힘든 일이었다. 결국 먹을 것을 구하는 과정은 모든 것이 운에 달려 있었다. 운이 좋게 과실이 우거진 숲을 만나거나 죽인 동물의 사체를 발견하는 것만을 바라며 그들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쉿!

얼마 안가 솟은 좋은 아침거리를 찾아내고서는 일행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것은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는 도마뱀이었다. 수이는 다소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굳이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돌을 주워 던지면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리였지만 자칫하면 내장이 터져 먹기 거북해 질 수 있었다. 조용히 접근했다가 단숨에 목을 잡고 비틀어야했다. 조그마한 녀석이었지만 무는 힘이 대단해 방심했다가는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접근해 늘어진 꼬리를 잡해채면 도마뱀은 꼬리를 끊고서는 무서운 속도로 달아나 버릴 터였다.

-쉐엑!


도마뱀이 눈치를 채고 달아나려는 순간 솟의 우악스러운 오른손이 도마뱀의 머리를 잡았고 왼손은 곧바로 목을 비틀어버렸다. 이것으로 아침거리는 해결된 셈이었다. 오시는 늘 그래왔듯이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모아 여민 털가죽 옷에서 부싯돌을 꺼내어 불을 지폈고 솟은 그 불속에 남은 영양고기와 날카로운 돌로 배를 가른 도마뱀을 던져놓았다. 까맣게 익은 고기를 솟과 오시는 맛있게 먹었지만 수이는 겨우 맛만 보는 정도에 그쳤다.

-과실이 많은 곳을 안다고 하지 않았어?


땅에 누운 솟을 보며 수이는 불평어린 목소리로 항의했다. 솟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일단 솟은 과실이 많은 곳을 알지도 못했다.

-가본 다고 했지 안다고는 하지 않았지.

솟의 성의 없는 대답에 수이는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솟은 저러다 돌아오겠거니 하는 심정에 눈을 감고 잡을 청했지만 한 참이 지나도 수이는 돌아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된 솟은 벌떡 일어나 수이가 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오시도 잠에서 깨어나 그런 솟의 뒤를 따랐다.

-수이!

수이가 간 방향은 솟이 잘 아는 곳이었다. 그곳은 바삭바삭 마른 모래만이 있는 매우 메마른 곳이었다. 먹을 것은커녕 물조차 구하기 어려웠고 가끔 마을에서 쫓겨난 자들이 가게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수이!

수이는 황량한 모래를 앞에 두고 우뚝 서있는 나무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솟은 수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솟! 이리 와봐!

솟이 나무아래에 다다르자 수이는 커다란 무엇인가를 땅에 떨어트렸다. 그것은 녹색의 커다란 열매였다.

-이 안에 달콤한 물이 가득 차 있을 거야. 깨트려 봐.

솟은 이 열매를 수이의 말대로 힘껏 나무에 부딪혀 깨트렸다. 맑은 과즙이 줄줄 흘러 내렸다. 솟이 그 물을 손에 찍어 맛을 보니 그것은 일찍이 맛보지 못한 강렬한 단맛을 내고 있었다.

-여기 많아! 이리 올라와!

솟은 기쁜 표정을 짓는 수이를 올려다보며 슬금슬금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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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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