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밤은 천 개의 얼굴을 지녔다. 와디 럼.김남희
당신, 사막의 밤과 마주친 적이 있는지? 밤처럼, 사막도 천 개의 얼굴을 가졌다.
살아있는 것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나와 있던 모든 것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태양 아래 타오르던 것들이 서늘하게 식어가고, 움츠려있던 것들이 생기를 되찾고 깨어난다.
바위산 너머로 붉은 해가 지면 그녀의 눈썹 같은 달이 떠오르고, 하늘은 분홍빛으로, 보랏빛으로 변해간다. 모래 속으로 발을 파묻으면 어느새 서늘해진 모래알들이 감겨온다.
모래언덕에 앉아 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왕자의 작은 별이 생각난다. 의자를 한 발 뒤로 돌려놓으면 몇 번이고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그 별에서 마흔 다섯 번이나 해지는 모습을 보았던 날, 그의 외로움은 여름산의 녹음처럼 짙었던 걸까.
지평선에 걸려있던 마지막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밤의 푸른 장막이 드리워지면 별들이 몸을 내밀며 내려온다. 밤하늘을 여백도 없이 가득하게 채우며 무성하게 빛나는 별들. 가끔씩 흘러내리는 별들의 꼬리. 당신의 눈동자 가득 밤별들이 들어오고, 도시의 온갖 소음에 익숙하던 귓전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당신은 곧 알게 되리라. 사막의 바람소리가 음악보다 슬프고, 우물보다 깊다는 것을. 옷자락을 잡아끄는 바람은 어디론가 당신을 데려가고 싶어 몸이 달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