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말글정책, 통일보다는 넓게 포용하자

국어정책학회 '남북 말글정책과 통일과제' 열려

등록 2006.07.02 09:31수정 2006.07.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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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갈린 지 어언 50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 겨레에게도 통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지구상에 한겨레가 갈라진 나라는 우리뿐이라는데... 하지만, 그 통일을 이루는데 선결되어야 할 문제는 동질성의 확고히 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말글의 통일이야말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이며, 이에 따르는 남북한 국어정책의 비교연구는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에 국어정책을 연구하는 국어정책학회가 '남북 말글정책과 통일과제'를 주제로 6월 월례발표회를 열었다. 발표는 한글학회 이사인 최기호 상명대 교수가 맡았다. 최기호 교수는 주장한다.


a 주제발표를 하는 한글학회 이사 최기호 교수

주제발표를 하는 한글학회 이사 최기호 교수 ⓒ 김영조

"선각자 박은식 선생은 '일본말을 가르치면 일본 사람이 되고, 중국말을 가르치면 중국 사람이 되므로, 우리는 우리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말글이 나라의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어정책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남북 말글정책을 보면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서는 1933년의 '한글 맞춤법통일안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 이질성을 강조하지 말고, 동질성을 찾아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북쪽의 말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다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가 아닌 두 개를 올리고, 통일보다는 넓게 포용하는 자세다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자주 만나고, 미리 인프라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는 또 강조한다.

"남북한이 갈라진 지 5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서로 다른 정치 문화의 영향으로 다른 언어정책이 시행되었고, 따라서 표준말, 맞춤법을 비롯한 문법체계의 낯섦이 나타났으며, 국어사전에서는 어휘의 의미체계까지 이질적인 요소가 극심하게 나타나 이것을 내버려둘 경우 남북한 통일의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남한의 말은 한자말, 서양말, 일본말이 뒤섞이어 심히 오염된 상태이며, 북한말은 정치적으로 물들어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남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재외동포들이 모두 알아듣고 공통으로 쓸 수 있도록 '통일맞춤법'과 '통일국어사전'을 공동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타자기나 컴퓨터의 자판도 공동으로 하지 않으면 남북한의 언어소통은 물론 장차 조국통일의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조국통일의 선결작업으로 학술적으로 남북한 학자들과 재외동포 학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한민족언어공동회의'를 개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표준말, 맞춤법, 국어사전, 한글의 기계화, 외래어, 표기법 등을 공동 연구하여 민족통일의 대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발표에 이어 지정 토론자로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팀장이 나섰다.


a 지정토론을 하는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팀장

지정토론을 하는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팀장 ⓒ 김영조

"지난 2000년 6월 15일에 북한의 평양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나 나눈 대화 중에 나오는 '아침부터 일정이 너무 긴장되지 않습니까?'라는 표현이나 '너무나 바쁘게 해서 죄송합니다. 인차 적응되실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아침부터 일정이 너무 빠듯하지 않습니까?'와 '너무나 힘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곧 적응되실 것입니다'라는 뜻이라면 남북한의 언어 차이가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위와 같이 전제하며, 남북 말글의 네 가지 통일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남북의 언어규범에서 양쪽이 모두 형태음소적 규범을 따르고 있어서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에서 벗어나는 두음법칙과 사이시옷 규정은 서로 양보를 해야 하며, 이를 통일할 범민족기구가 필요하다. 또 남북이 따로 하는 국어순화교육은 같이 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는 우리말 교육을 강화하여야 하며, 통합사전은 남북 표제어 특히 지역어는 대폭 수용이 중요하다."

방청석에 있던 중앙대학교 임경희 교수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남북의 학술어는 정말 문제이다. 특히 공학계열은 발표자가 한국인인데도 70~80%는 영어로 발표한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며, 국립국어원의 주요 사업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학술용어는 남과 북의 것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이 발표회엔 그리 많은 방청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을 비롯하여 김정수 한양대 교수, 박종덕 건국대 교수,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 소장 등 많은 국어학자가 참석하여 열띤 반응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나라 국어정책을 관장하는 이상규 국립국어원 원장은 정부가 이런 학회에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a ‘남북 말글정책과 통일과제’ 발표회 모습

‘남북 말글정책과 통일과제’ 발표회 모습 ⓒ 김영조

이 국어정책학회는 이광석 경북대 교수를 중심으로 월례발표회를 여는 등 지난해부터 준비해왔으며, 오는 9월 학술대회와 함께 창립총회를 열 계획으로 있다.

국어정책은 국어에 관한 국가 정보의 기본계획 또는 방책을 말한다고 한다. 그동안은 이 국어정책이 학문의 영역이 아닌 응용영역에 머물러 왔다. 이를 나라가 제대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학문적인 뒷받침을 하려는 것이 바로 국어정책학회이다. 그런 점에서 국어정책학회의 발전은 어쩌면 우리 말글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시골아이>, <대자보>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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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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