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

[만화야 안녕 23] 보이는 이미지와 실체의 차이, <몬스터>와 <엔젤전설>

등록 2006.07.03 08:54수정 2006.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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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에 나오는 요한 리베르토 ⓒ 우라사와 나오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과 악당은 확실히 다르다. 주인공은 잘 생긴 얼굴에 선한 이미지인데 반해, 악당은 날카롭고 잔인한 성격이다. 주인공 직업이 조직폭력배나 사기꾼으로 나와도 잘 생기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 인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하며. 겉모양이 좋으면 내용도 좋을 것이라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얼굴만 보고 그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에게 첫인상은 중요하게 다가오고 실용서들은 첫인상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노래한다. 그래서인지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이 늘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범위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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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전설>에 나오는 기타노 ⓒ 야기 노리히로

<몬스터>와 <엔젤전설>. 두 작품에서 선함과 악함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몬스터>에 등장하는 요한 리베르토는 한마디로 귀티가 줄줄 흐른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 반면 <엔젤전설>에 나오는 기타노는 찢어진 눈에 험악한 인상, 괴기스러운 웃음까지 마치 악마와 같은 외모지만 마음만은 천사 저리 가랄 정도로 착한 소년이다.

절대선은 악이라는 말도 있듯 선과 악은 공존한다고 한다. 이 두 작품에서 이번엔 인물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보기가 훨씬 편한가?

보이는 이미지로 살고 싶었을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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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화사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인 <몬스터>는 동독 정부가 붕괴 직전 냉혹한 인간을 양성하고 있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뛰어난 수술 솜씨를 지닌 일본인 의사 겐조 덴마는 병원장의 총애를 받는 것은 물론 그 외동딸과 약혼까지 한, 한마디로 잘 나가는 신경외과의다. 어느 날 밤 덴마는 시장을 우선 수술하라는 원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먼저 이송돼온 요한 남매를 맡는다. 덴마의 솜씨로 요한은 살아나지만 덴마가 집도를 거부한 시장은 그만 숨지고 만다.

이 사건으로 덴마는 앞길이 창창한 뇌 전문의에서 평범한 의사로 전락한다. 그 후 병원의 중심 세력이던 병원장과 외과부장, 덴마의 뒤를 이은 외과 레지던트 치프(chief)가 의문의 독살을 당한다.

그로부터 9년 후, 유력병원의 외과부장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던 덴마는 그때 실종됐던 요한과 우연히 만난다. 자신이 구해낸 소년이 몬스터임을 알게 된 덴마는 절망하며 그를 살려 낸 책임을 지기 위해 요한을 쫓기 시작하는데….

철저히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요한과 안나. 요한은 고아를 대상으로 인간병기 프로젝트를 실험하던 '511킨더하임' 출신으로 쌍둥이 여동생인 안나 외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요한은 악역으로 나오지만 어쩌면 그는 보이는 이미지로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진정한 천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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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산문화사

외모만을 보고 선입견을 지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재밌게 표현한 야기 노리히로의 <엔젤전설>은 학원물이지만 그동안 봐온 학원물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이다.

성적도 좋고 무척 성실하다는 추천장을 들고 한 학생이 전학을 온다. 벌레 한 마리 못 죽이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그이지만 창백한 피부에다 '다크 서클'로 불리는 눈 밑 그늘, 눈썹 없는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악마를 보듯 무서워한다. 그런데 정작 기타노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전혀 모른다.

기타노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친구를 사귀겠다며 친절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지만 도리어 사람들은 그를 '전설의 캡장'으로 떠받든다. 다른 만화 주인공들은 목숨을 건 싸움 끝에 힘들게 오를 만한 자리를 기타노는 그 지독한 외모 하나로 단숨에 차지해 버린 것.

싸움이라곤 전혀 할 줄 모르는 기타노는 이때부터 많은 도전을 받지만, 원래 성격 때문인지 어떤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비록 얼굴은 험상궂지만 어느 누구보다 착한 기타노의 모습에 사람들은 편견을 깨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기타노를 둘러싸고 일어난 모든 일의 원인과 해답은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바로 이 작품의 힘이고 메시지다. 유쾌한 만화지만 나라면 주인공에게 수술을 권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

덧붙이는 글 .

몬스터 특별판 1~9권 (완결) 세트 - 전9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2019

이 책의 다른 기사

네가 믿는 진실이 사실일까?

엔젤전설 애장판 1

야기 노리히로 지음,
학산문화사(만화),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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