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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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6.07.04 16:57수정 2006.07.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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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천둥소리는 한 번 더 울려 퍼졌다. 두 번째 소리로 인해 솟은 그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천둥소리는 벌판 저 멀리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두 마리의 짐승이 있는 방향에서 나고 있었다.

“꽝!”

순간 오시의 움직임이 멈추었고 동시에 마치 대충 세워놓은 나무토목처럼 그의 몸이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놀란 솟이 오시를 안아 일으켰을 때 오시의 털가죽 옷 사이로 끝없이 피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솟, 달아나 솟! 어서!

오시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솟에게 소리치고서는 숨을 거두었다. 천둥소리는 다시 한 번 울려 퍼졌고 솟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얼이 빠져 버린 수이의 손을 잡아끌고서 솟은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을 등지고 저 멀리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뛰기 시작했다.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들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욱 속도를 내어 솟과 수이를 맹렬히 뒤쫓았다.


-힘내!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곳을 지나 몸을 술길 만한 숲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터라 수이는 너무나 숨이 차 왔다. 솟도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숲은 너무나 멀어 보였다. 마침내 검은 잿더미의 땅이 끝나자 솟과 수이의 눈앞에는 수많은 동물들의 사체가 듬성듬성 놓여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그 동물들은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그 중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시체도 섞여 있었다.


“꽝!”

이상한 짐승이 속도를 늦추고서는 다시 천둥소리로 솟과 수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솟은 나무에 수이를 먼저 올려 보내고 멀리서 다가오는 이상한 짐승과 맞서 싸우기 위해 돌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한 짐승은 돌이 닿을만한 거리까지 접근해 오지 않고 연이어 천둥소리를 내었다.

-억!

솟은 오른편 허벅지 쪽에 따끔한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솟이 허벅지를 보니 손가락만한 구멍이 뚫린 곳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솟은 급히 손으로 구멍을 막았다. 솟이 위험에 빠지자 나무위에서 수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상한 짐승 두 마리는 천둥소리를 잠시 거두고 무력화된 솟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그로인해 솟은 이상한 짐승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짐승은 인간이 허리까지 오는 키에 다리가 없었고 뱀과 같은 몸통 두개를 밑에 달고 이것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몸체는 번쩍였으며 머리에는 새의 부리와 같은 것을 달고 있었는데 눈은 보이지 않았다.

일전에 마주쳤던 이상한 짐승은 그나마 두 다리로 걸으며 이상한 가죽을 걸치기라도 했지만 이 짐승은 가죽을 걸친 것도 아니고 털이 나있는 것도 아니었다. 솟은 돌을 집어던졌지만 그것은 짐승의 몸에 ‘땅’하는 소리만 남긴 채 옆으로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 돌은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은 부리를 내려 솟에게 향했다. 솟은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의 먹이가 될 것임을 짐작하고 눈을 감았다.

-우힉!

순간 옆에서 일전에 보았던 이상한 짐승이 튀어나와 뾰족한 작대기를 손에 들고 이상한 짐승을 노려보았다. 뾰족한 물건에서 밝은 빛이 쏟아지더니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의 몸을 산산조각 내었다. 나머지 한 마리의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이 부리를 돌렸지만 이상한 짐승의 뾰족한 작대기가 더욱 빨랐다. 천둥소리를 내는 짐승은 밝은 빛에 맞아 산산조각이 난 채 솟의 발아래까지 뒹굴었다.

이상한 짐승은 작대기를 옆에 찬 후 솟에게 다가왔다. 이상한 짐승들끼리의 먹이다툼이라 여겨 두려워진 솟은 돌을 집어 들고서는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려 했지만 허벅지의 통증으로 인해 돌을 놓치고 다시 주저앉았다. 이상한 짐승은 조심스럽게 솟에게 다가오고서는 손에 무엇인가 들고 내밀었다. 그것은 노랗게 생긴 돌 같은 것이었다. 솟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상한 짐승은 그 돌을 자신의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며 다시 솟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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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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