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비가 내리는 동안 서쪽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갯벌에는 황금비가 내려앉았다. 모래도 황금으로 변했다. 요술을 부리듯 빛이 지나간 자리는 모두 황금이다. 집수리를 하던 콩게도, 갯골에 흐르던 물도, 갯벌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댕가리도, 그물을 걸어 놓던 말목들도 모두 황금으로 변했다.
서쪽하늘에 정신을 잃다, 고개를 돌렸다.
"아, 무지개다."
무지개였다. 구름이 잔뜩 낀 동쪽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쌍무지개였다. 신발을 벗고 갯벌에 들어가 해넘이를 보면서 고개를 돌려 무지개를 보았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서쪽하늘은 노을이, 동쪽 하늘엔 쌍무지개가 걸렸다. 동쪽보고, 서쪽보고, 갯벌 한번 쳐다보고.
노을이 서쪽 산 너머 바다로 숨자, 이를 지켜보던 무지개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