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석 앞에 차를 세우면 좁은 등산로 길이 있습니다.김강임
제주의 여름은 온통 푸름뿐이다. 한라산 골짜기에 풀어놓은 초록 물감이 제주 들녘을 덧칠하더니 여름은 어느새 한가운데 와 있다. 한여름에 초록을 밟고 초록을 마시는 기행, 제주산야에 고즈넉이 누워있는 제주 오름의 여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 | | 용이 누웠던 자리 | | | |
용눈이 오름은 표고 : 247.8m 비고 : 88m 둘레 : 2685m 면적 : 40만4264㎡ 저경 : 773m로, 산정부는 북동쪽의 정상봉을 중심으로 세 봉우리를 이루고, 동서쪽으로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으며, 동사면쪽으로 말굽형 화구를 이룬다.
오름 기슭에는 따라비나 둔지봉, 서검은오름의 주변과 같이 용암암설류의 언덕이 산재해 있으며 오름의 전사면은 잔디와 함께 풀밭을 이루는 아름답고 전형적인 제주오름의 모습이다.
용눈이 오름은 마치 용이 누워있는 형체라는 데서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한자로는 龍臥岳(용와악)으로 표기 되어 있다. 또한 산 복판이 크게 패어있는 것이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고 해서 용눈이오름이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중에서- | | | | |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 28번지 용눈이 오름의 여름은 푸른 잔디가 으뜸이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오름 언덕배기엔 풀잎을 뜯고 있는 소들의 풍경이 목가적이다.
사람들은 이번 장마를 지긋지긋하게 여겼지만 장맛비에 신이 난 것은 용눈이 오름의 풀잎들. 풀잎은 날마다 목욕을 했는지 윤기가 번지르르하다. 그러니 소들은 풀잎에 얼마나 맛이 있을까?
표고 247m인 용눈이 오름은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성급함은 또 한번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름 등산로는 늘 길이 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밟으면 길이 되고, 여러 사람이 밟으면 그 길은 뚫려 버린다. 이때 오르미들은 날마다 범죄자가 된다. 생명을 이고 있는 풀잎들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범죄자 말이다.
용눈이 오름 등산로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풀섶을 사이에 두고 길이 뚫렸다. 행여 풀잎이 아파할까 두려워 걱정하는 오르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