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승용차 탄 '보스', 자전거를 세우다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⑨] 7월 30일 충칭-구이양 6일차

등록 2006.08.05 11:43수정 2006.08.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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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왼쪽이 조오위, 오른쪽이 '필자'

왼쪽이 조오위, 오른쪽이 '필자' ⓒ 박정규

검정색 승용차가 '정지' 신호를 보낸다.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얼마나 여행했냐? 한국인이냐?', '한국 대학생이다. 중국 종단 중이고, 50일이 조금 넘었고, 3000km 정도 달렸다'고 하니까, 란빼이에서 함께 저녁을 먹잖다.

10km 정도만 더 가면 된다고,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고 묻는다. 30분 정도면 될 것 같다고 대답했고, 차는 떠나버렸다.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컨디션일 때 열심히 달려야 가능한 거리다. 어쩔 수 없지.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50분 뒤 다행히 시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식당. 다양한 해산물과 고기 등을 탕에 넣고 건져 먹는데 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 친구들이 천천히 먹으라고 해서, 정말 천천히 다른 친구들 다 일어날 때까지 밥 세 그릇을 먹었다.

나에게 식사 제의를 한 친구는 조오위, 직업을 묻자 '보스'라고 하는데… 조직의 '보스'는 아닌 것 같고, 젊은 사장님 같다. 그의 아내와 친구들 3명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날 '발견'하고, 숙소까지 잡아주고, 식사까지 대접한 것이다.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숙소까지 날 바래다줬고, 강한 악수와 함께, '이루슨펑, 이루핑안(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란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다음은 충칭-구이양 구간 6일차 기록이다.

a 내리막에서 자전거가 '견인'하고, 뒤에서는 밀고^^

내리막에서 자전거가 '견인'하고, 뒤에서는 밀고^^ ⓒ 박정규


2006년 7월 30일 일요일. 충칭-구이양 6일차 / 흐림


07시 15분 기상. 고마운 친구들에게 벌꿀 한 통 사기로. 600ml 물통 가득 20Y에. 그때 산에서 3분의 2 정도 채우고 7Y에 샀었는데, 얼마나 저렴하게 산 건지 알 것 같다.

3km 가량 오르막을 올라온 뒤, 10km 가량 내리막길을 달리니 큰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09시 25분. 11.1km 지점. 산 아래 큰 마을 '빤챠오' 식당.

중국식 고기 우동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간식으로 사과 5개(1Y), 바나나 6개(2Y)를 구입. 길 안내해준 꼬마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다.

13시 10분. 22.5km 지점. 6개 언덕을 올라왔는데, 내리막이 나타나지 않는 걸로 보아 은근히 이어지는 산도로 같다. 다행히 언덕은 더 많지 않았고, 곧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a 양봉업자 집. 어제 밤 숙소

양봉업자 집. 어제 밤 숙소 ⓒ 박정규

13시 55분. 35.5km 지점. 10km 내리막을 달려 '가오핑' 식당.

옆 테이블에서 볶음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 나도 그걸로 주문. '고기와 야채 볶음밥' 반찬으로 '붉은 무'를 주는데, 함께 먹으니 맛있다. 식당 아주머니께 30분만 자전거를 봐 달라고 하고, 인근 인터넷 카페로. 여기는 "볼 수도, 설정도, USB(이동식저장장치)"도 사용할 수 없단다.

UBS만 사용 가능해도, 한국어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페이지도 html(저장방식)로 저장하면, 노트북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확인이 가능하다. 종업원에게 '볼 수도, USB도' 사용할 수 없으니 '환불'해 달라고 하니까, 안 된단다. 여러 번 말해 봤지만, 안 된다고 해서 그냥 식당으로.

17시 5분. 56.1km 지점. '중위엔' 거리 식당.

동그란 튀김이 맛있어 보여서, 저녁을 조금 일찍 먹기로. '투더우 바(동글납작한 모양의 감자를 기름에 살짝)' 2개와 동그란 모양의 튀김(안에 으깬 두부가) 1개 주문. 두부에서는 탄 맛이, '투더우 바'는 따뜻한 감자 맛이 느낌이 좋다.

감자 2개 더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방금 샤워를 마치고 온 듯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노점에서는 수영복과 튜브를 팔고 있다. 인근에 수영할 만한 곳이 있나 보다.

a 저 안에 으깬, 탄 맛이 나는 두부가 들어있다.

저 안에 으깬, 탄 맛이 나는 두부가 들어있다. ⓒ 박정규

속옷이 하나밖에 없어서, 수영복을 하나 사서 속옷 겸 수영복으로 입기로. 가격은 5Y-25Y. 5Y짜리는 촉감이 좋지 않고 대충 만든 것 같고, 25Y짜리는 스판 소재에 부드러운 느낌. 디자인, 색상도 맘에 든다. 큰 마음먹고 25Y짜리 선택, 5Y 할인해서 20Y에 구입.

18시 30분. 61.3km 지점. 도로변.

검정색 승용차가 '정지' 신호를 보낸다. 질문을 한다.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얼마나 여행했냐? 한국인이냐?'

'한국 대학생이다. 중국 종단 중이고, 50일이 조금 넘었고, 3000km 정도 달렸다'고 하니까, 다음 '도시(란빼이)'에서 함께 저녁을 먹잖다. 10km 정도만 더 가면 된다고,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고 묻는다. 30분 정도면 될 것 같다고 대답했고, 차는 떠나버렸다.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컨디션일 때 열심히 달려야 가능한 거리다. 어쩔 수 없지.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a 거리의 치과의사. 시장 길가에서 저렇게 '시술'을 하고 있었다.

거리의 치과의사. 시장 길가에서 저렇게 '시술'을 하고 있었다. ⓒ 박정규


19시 20분. 73.1km 지점. '란빼이' 입구.

다행히 시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숙소를 정한 후에 짐을 풀고 식사하러 가기로. 내가 앞장서고, 차가 천천히 따라오며 시내로 진입. 주민에게 '싼 여관' 위치를 물어보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숙소' 위치를 안다며 따라오란다.

승용차 뒤를 따라 10여분 달리자, 비싸 보이는 호텔 앞에 멈춰 선다. '돈 없다, 10-20Y 정도의 숙소를 원한다'고 하니까, 알겠다며 잠시 기다려 보란다. 잠시 후 숙소를 찾았다며 따라오란다. 바로 그 호텔 맞은편 길가의 여관. 20-100Y까지. 계산은 그 친구들이 미리 해 버렸다.

자전거는 숙소 실내에 주차 시켜 놓고, 일단 밥 먹으러 가기로. 보조석에 날 앉을 수 있게 배려해주고, 친구들 4명이 뒷좌석으로. 친구들 체격도 좋은데 좀 힘들겠다.

a 훠궈. 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

훠궈. 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 ⓒ 박정규

20시 15분. '훠궈 전문식당'

30분 가량 왔던 길을 되돌아간 후, 시골 길 같은 곳을 달려 어느 식당 앞에 멈춰 섰다. 식당 주차장에는 벌써 십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에어컨이 있는 2인실 방에 직원이 한 명 대기하고 있다. 전에 '충칭'에서 먹었던 건 '원앙탕(매운탕과, 육수 탕)'이었는데, 이번에는 매운탕만 있는 게 나왔다.

a 거리 식당 종업원의 'T셔츠'를 보는 순간 웃음이^^

거리 식당 종업원의 'T셔츠'를 보는 순간 웃음이^^ ⓒ 박정규

다양한 해산물과 고기 등을 탕에 넣고 건져 먹는데 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 친구들이 천천히 먹으라고 해서, 정말 천천히 다른 친구들 다 일어날 때까지 밥 세 그릇을 먹었다.

나에게 식사 제의를 한 친구는 조오위(32), 직업을 묻자 '보스'라고 하는데… 조직의 '보스'는 아닌 것 같고, 젊은 사장님 같다. 그의 아내(22)와 친구들 3명이서 집으로(란빼이) 돌아가는 길에 날 '발견'하고, 숙소까지 잡아주고, 식사까지 대접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의 거리, 왜 아직 결혼을 안 했는지, 그 나이에 여자 친구도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고, 한국어를 가르쳐 주자 아주 즐거운 듯이 따라 했다.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숙소까지 날 바래다줬고, 강한 악수와 함께, '이루슨펑, 이루핑안(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란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a 60Y짜리 숙소. 1주일을 묵을 수 있는 가격이다.

60Y짜리 숙소. 1주일을 묵을 수 있는 가격이다. ⓒ 박정규

22시 5분. 숙소.

5층. 계단 70개. 생각한 것보다 훨씬 푹신한 침대의 2인실, 욕실까지 딸려 있다. 아무래도 20Y은 아닌 것 같아, 가격을 물어보니 60Y이란다.

주인에게 인근 인터넷 카페를 물으니 아들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용선이 설치되어 있었고, 빠른 속도와, 아무런 설정 제한도 없었다.

23시. 인터넷 사용 후,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경찰이 날 기다리고 있다. 여권을 요구한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안전'을 위해서란다. '어디서부터 여행했고, 앞으로의 예상 목적지, 신원정보, 한국 연락처 등'을 적어갔다.

그러고 보니, 여권 후면에 '연락처' 기재 공간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그동안 '안전'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루산관 - 란빼이

2. 주행거리 및 시간: 73.1km / 6시간 15분 / 평균속도 11.7km/h / 누적거리 3543km

3. 사용경비: 61Y
아침: 3Y / 점심: 3Y / 저녁: 4.5Y / 벌 꿀 600ml 가득: 20Y / 우유 1개: 2Y / 사과 5개: 1Y
빙꽈(아이스크림) 4개: 2.5Y / 바나나 6개: 2Y / 수영복: 25Y / 인터넷카페 30분: 1Y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고기 우동
점심: 료 유모(고기 야채 볶음 밥)
저녁: 투더우 바 4개, 두부요리 1개, 빙수 한 그릇
밤참: 훠궈(매운 탕에 고기, 해산물을 익혀 먹는다.), 따미 세 그릇(밥)

2) 간식
물: 4.2ml / 위에빙 2개(동그란 빵 안에 달콤한 게 있음)
만토 1개(속 빈 왕 호빵) / 아기 사과 3개 / 바나나 2개

5. 신체상태: 이상 무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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