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자전거 고치는 소녀들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⑧] 7월 29일 충칭-구이양 5일차

등록 2006.08.04 13:57수정 2006.08.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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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심히 자전거 수리 중인 소녀들

열심히 자전거 수리 중인 소녀들 ⓒ 박정규

20.1km 지점 오르막에서 개가 3번 정도 쫓아 왔다. 오르막에서 따라오는 개들은 처치 곤란이다. 다행히 다들 10m 가량만 따라왔지만….

개들이 따라올 경우, 일단 놀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전거의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도망가는 척 서서히 속도를 높여 개의 영역을 벗어나거나, 주위에 주인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통즈시를 벗어나는 도로변. 소녀 3명이 자전거 수리를 하고 있다. 그냥 갈 수 없어 가까이 가보니, 자전거 체인을 연결하는 부위의 부속품을 분실한 것 같다. 아무리 연결해도 자꾸 체인이 빠진다.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하고, 케이블 타이로 체인과 체인 사이를 통과시켜 고정시켜 보기도 하고, 스카치테이프로 고정시켜 보기도 했지만…, 수리 1시간 만에 포기.

그 사이에 소녀들은 임의로 나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즐겁게 '촬영'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결국 2명은 자전거를 타고, 한 명은 자전거를 끌고 돌아갔다.


다음은 충칭-구이양 구간 5일차 기록이다.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2006년 7월 29일 토요일. 충칭-구이양 5일차 / 흐림.


08시 기상.

09시 10분. 인근 식당서 우동 한 그릇과 튀김 하나 먹고 다시 산으로.


10시 40분. 9km 지점. 오르막.

저단 기어 변속이 잘 안 되고, 달릴 때 뒷바퀴가 좌우로 흔들리며 '덜거덕'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수리가 필요할 것 같아, 수리책을 꺼내고 수리 시작.

<자전거 100% 즐기기> 109쪽에 의하면,

"최저 기어의 위치 조정, 체인을 가장 작은 체인 링과 가장 큰 스프라켓으로 이동시킨다. 케이블이 팽팽한데도 큰 스프라켓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최저 기어의 이동제한(보통 아래 나사이거나 L(low)로 표시되어 있다)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 풀어준다."

그러나 체인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자전거 뒷바퀴를 들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한다. 들기는 너무 무겁고, 내려가기는 싫고… 어떡할까 고민 중에,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그냥 손으로 체인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 ^^

뒤 변속기 부분에 L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부분의 나사를 2-3바퀴 돌리니, 저단기어 변속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바퀴가 흔들리는 문제는 모든 짐을 풀고, 천천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주행에는 문제가 없으니, 다음 기회에 수리하기로.

a 오르막 옆에 작은 동굴 사당이 있었다. 내부 모습.

오르막 옆에 작은 동굴 사당이 있었다. 내부 모습. ⓒ 박정규

11시. 10.1km 지점. 오르막. 동굴 같은 사당 안.

작은 동굴 안에 좌상을 하고 있는 신상 하나와 좌우에 신상을 보좌하고 있는 듯한 작은 신상 둘, 오른쪽에 일렬로 서 있는 작은 아이 크기만 한 신상들 여러 개. 모두 빨간 천을 머리에 쓰고 있다. 할아버지 두 분과, 작은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사당을 지키고 있다. 입구에는 붉은 향, 갈색 향이 비치되어 있고, 명부를 적는 수첩이 있다.

매우 시원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져 조금만 쉬다가 출발.

11시 55분. 14.3km 지점. 오르막 개울가에서 잠시 휴식.

중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친구들 3명이 개울가를 역류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있다. 큰 돌들을 들어올리며, 무언가를 찾는 것 같다. 설마 10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가재'를 잡는 걸까? 호기심에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가재의 친척인 '방생(민물 게)'였다. 아침에도 강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얼 찾고 있었는데, 그 분들도 '게'를 잡는 거였나?

a 엉터리 삼총사. 물고기를 잡지 못해도 마냥 즐거워 보인다.

엉터리 삼총사. 물고기를 잡지 못해도 마냥 즐거워 보인다. ⓒ 박정규


12시 35분. 15.5km 지점. 유료로 물 공급 해주는 집. 무료로 물 3통 채움.

'7km 오르막 주의' 경고판이 보인다.

13시 15분. 18.9km 지점.

위에빙도 안에 달콤한 녹색 가루와 검은 깨가 있어 달콤하다. 사과 잼하고는 맛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먹는 게 더 좋을 듯.

이쪽 산에도 '스케이트보드' 같은 걸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이 있다. 배 깎아 먹는 사이에 6대나 지나갔다. 산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놀이기구가 많지 않나 보다. 자세히 보니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든 것 같다.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실제와 다를 수 있다.

a 함께 보조를 맞추며 톱질하는 모습에, 한국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함께 보조를 맞추며 톱질하는 모습에, 한국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 박정규


1. 긴 판자를 빨래판 크기만큼 자른다. 어린아이 2명 탑승 가능.

2. 앞부분 아래에 둥글고 긴 막대를 고정 시킨 후 양쪽에 작은 기차 바퀴 같은 걸 2개 끼우고 못으로 고정한다.

3. 판자 앞부분에 두 발을 올릴 수 있는 작은 판자를 하나 더 올린 후 못으로 고정한다.

4. 판자 뒷부분 아래에, 작은 판자를 하나 더 붙이고, 그 아래 작은 나무토막 2개를 세로로 고정시킨다. 다음, 그 아래 다시 작은 둥글고 긴 막대를 고정 시킨 후 1개의 기차 바퀴 같은 걸 세로로 끼운 후 못으로 고정하면 하나의 '내리막 전용 보드'가 완성되는 것이다.

5. 그러나 자연적으로 서는 경우 말고, 급경사에서 어떻게 멈추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를 해봐야 알 것 같다. 다음 기회에.

13시 45분. 20.1km 지점. 오르막.

개가 3번 정도 쫓아 왔다. 오르막에서 따라오는 개들은 처치 곤란이다. 다행히 다들 10m 가량만 따라왔지만…

개들이 따라올 경우, 일단 놀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전거의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도망가는 척 서서히 속도를 높여 개의 영역을 벗어나거나, 주위에 주인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a S자를 여러 개 연결한 듯한 길을 올라왔다.

S자를 여러 개 연결한 듯한 길을 올라왔다. ⓒ 박정규

14시 25분. 23.2km 지점. 오르막 도로변에서 누워서 휴식 중.

오르막 도로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누워서 쉬고 있는데, 어디 선가 '헬로우'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계속 누워있고 싶었는데…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오르막 전망대 같은 곳에서 젊은 가족들이 빨리 올라오라고 외치고 있었다. 피곤한데….

일단 가보자. 젊은 부부와 어린 아이 한 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전망대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다가, 날 발견한 것 같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S자를 여러 개 연결한 듯한 길이 보인다. 함께 기념 촬영 후 다시 각자의 길로.

a 오토바이 가족과 함께. 오르막 전망대에서

오토바이 가족과 함께. 오르막 전망대에서 ⓒ 박정규

15시 20분. 32.7km 지점. 산 아래 마을 도착.

석수장이 할아버지, 강에서 무언갈 열심히 잡고 있는 아이들, 배추밭에서 배추를 뽑고 있는 아주머니들, 처음으로 본 많은 비닐하우스들 지나 도랑에서 물고기 잡고 있는 삼총사 앞에서 멈춰 섰다.

6-8살 정도로 보이는 삼인 일조. 두 명은 물 밖, 한 명은 물 속에서 작업. 한 명은 물고기 보관, 한 명은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물고기 잡는 친구에게 알려준다. 나머지 한 명은 도랑에 직접 들어가 작은 체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영 엉터리 팀 같다.

10분 동안 지켜봤는데… 작은 물고기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그냥 세 명이서 함께 잡는 게 훨씬 재미있고, 쉽게 잡을 텐데… 3년 정도는 더 잡아야 할 것 같다.

15시 30분. 32.7km 지점. 마을 지나는 길.

머리에 흰 천을 쓴 사람들을 한두 명 봤을 때는, 염색한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집 앞을 지나는데 그곳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흰 천을 쓰고 있었다. 단체로 염색한 건 아닌 것 같다.

잠시 멈춰 살펴보니, 방 안에 '할아버지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마당에는 아주머니들이 음식 장만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의 '기일'인가 보다.

a 산 아래 마을 집

산 아래 마을 집 ⓒ 박정규

16시 25분. 38km 지점. 마을 식당.

바나나 파는 아저씨가 이 집이 싸다고 소개해줬다. 이웃의 중학생이 와서 나보다 좋은 영어 발음으로 음식 주문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다음 산의 정보를 알려 준다.

'루산관/ 2000미터'란다. 점심 겸 저녁은 든든하게, 돼지고기, 토마토 탕, 밥을 먹고 휴식.

사람들에게 '따창쥔'이 한국식 발음으로 '대장금'이라고 가르쳐 주니까, 자꾸 '때장근'이란다. 10번 정도 천천히 발음해 주자 드디어 '대장금'이란다.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 같다.

19시 5분. 48.5km 지점. '통즈'시를 벗어나는 도로 변.

소녀 3명이 자전거 수리를 하고 있다. 그냥 갈 수 없어 가까이 가보니, 자전거 체인을 연결하는 부위의 부속품(체인이 빠지지 않게 고정해준다)을 분실한 것 같다. 아무리 연결해도 자꾸 체인이 빠진다.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하고, 케이블 타이로 체인과 체인 사이를 통과시켜 고정시켜 보기도 하고, 스카치테이프로 고정 시켜 보기도 했지만… 수리 1시간 만에 포기…

그 사이에 소녀들은 임의로 나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즐겁게 '촬영'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결국 2명은 자전거를 타고, 한 명은 자전거를 끌고 돌아갔다.

a 전 수리를 열심히, 소녀들은 촬영을 열심히

전 수리를 열심히, 소녀들은 촬영을 열심히 ⓒ 박정규


20시. 산 오르막 시작 지점.

3km 앞에 여관과 인터넷카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멈출 수는 없다. 문제는 생각보다 오르막 경사가 심하다는 점과, 이제는 속도계의 숫자가 거의 안 보인다는 점.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열심히 페달을 밟고 양봉업자 집을 지나가는데, 안에서 작은 랜턴 불빛이 날 비추고, 사람이 나온다. '씨우시(쉬다가세요)' 일단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양봉업자 집으로.

도저히 더 가는 것은 무모할 것 같아, 자고 갈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다행히 자고 가란다. 작은 벽돌 집안에 들어가니, 침대 하나, 빈 벌통들과, 잡동사니들이 가득하다.

거기서 친구랑 둘이서 생활하는 것 같다. 전기시설이 없어서, 초 하나와 손전등만이 방안을 비추고 있다. 내가 잘 곳은 아무리 찾아봐도 '바닥'밖에 여유 공간이 없다.

그들도 피곤한 것 같아, 나도 매트리스와 침낭을 깔고, 침낭 속으로.

여행 수첩

1.이동경로: 충칭 숭칸 - 구이저우 루산관

2. 주행거리 및 시간: 55.9km / 5시간 44분 / 평균속도 9.7km/h / 누적거리 3470km

3. 사용경비: 24.5Y
아침: 2.5Y / 점심 겸 저녁: 10Y / 인터넷카페 30분: 1Y / 숙박비: 10Y / 만토 2개: 1Y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미픈(우동), 튀김1
점심 겸 저녁: 시홍시 탕(토마토 탕), 따미(밥), 쥐료우(돼지고기 구운요리)

2) 간식
물: 3.6ml / 위에빙 8개(동그란 빵 안에 달콤한 게 있음), 아기 배 2개, 만토 1개(속 빈 왕 호빵)

5. 신체상태:
근육통 약을 발라도 몸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제 오르막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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