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이 차지한 국토를 보면 망자인들 편할까

달내일기(51)- 집이 들어서야 할 터에 무덤이

등록 2006.09.05 11:27수정 2006.09.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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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무덤 1

무덤 1 ⓒ 정판수

지금은 잊혀진 가수 김세레나가 부른 민요 중에 '성주풀이'가 있다.


낙양성 십 리 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 모양이 될 터이니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여


성주풀이를 성조(成造)풀이라고도 하는데, 집터나 무덤터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성주신과 그 부인에게 성주제를 지낼 때 무당이 굿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가사를 가만 살펴보면 부귀영화를 누리고 떵떵거리며 권세를 떨친 사람이나 아리따운 얼굴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뭇 사내의 간장을 녹이던 사람이나 죽은 뒤는 무덤 속에 들어가면 백골이 되기는 매한가지라는 내용이다.

달내마을로 가려면 양남에서 외동(입실)으로 넘어가든지, 외동에서 양남으로 넘어가든지 하는 두 길이 있다. 양남에서 넘어가는 길목에는 사람이 살집을 지을 터가 몇 군데 있다. 많이 있다고 하지 않고 '몇 군데'라고 한 것은 바로 방향 때문이다.

외양지방도로 904호(외동-양남)는 개울을 따라 놓여 있다. 양남에서 외동으로 향하면 개울 건너 오른쪽이 남향을 보게 되고, 왼쪽은 북향을 보게 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집 지을 때 문제가 된다. 즉 개울 오른쪽, 즉 남향 쪽에 집을 지으면 좋은 데 집 지을 곳이 몇 군데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향 쪽에는 제법 있다.

남향 쪽에는 누구나 감탄하는 집 지을 명당자리가 있다. 풍수에 전혀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한눈에 '참 좋은 곳이구나!' 하고 감탄사를 터뜨릴 만한. 그런데 그곳에는 애석하게도 먼저 터잡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망자'들이다. 공동묘지 아닌 공동묘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덤 몇이 자리했던가 본데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그만 공동묘지처럼 된 것이다.


그곳뿐 아니라 마을을 지나치다 보면 가장 좋은 터에는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달내마을도 그렇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길에 지금은 집 한 채도 없지만 예전에는 스무 가구 넘게 살았다는 곳을 지나가다 보면 집터로 보이는 곳이 있다. 그런데 그곳보다 훨씬 좋은 위치에 있는 건 역시 무덤이다.

이는 어쩜 당연한 결과이리라. 조상의 묘를 잘 쓰면 흥하고, 못 쓰면 망한다는 의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던 옛날에야 무덤터가 가장 중요했으리라. 잘 되는 집도 묘 한 번 잘못 써 망했다는 얘기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기에.


요즘 들어 무덤을 꼭 만들어야 되나 하는 반성이 일고 있음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납골당에 보관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이왕 선산에 묻혀 있으니 합장하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일축했다. 평소 어머니께서는 늘 당신이 죽으면 화장해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대신에 아버지 유골마저 수습해 화장하여 어머니와 함께 부산 영락공원 납골당에 안치시켰다.

솔직히 명절이나 시간 나는 때 영락공원을 찾을 때마다 무덤에 제물을 올려놓고 절하는 이들이 부럽지 않은 건 아니다. 특히 애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은 왜 없어?’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좁은 국토에 산사람이 머물 곳도 적은데 죽은 사람이 그 터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자기 후손들이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볼 때 망자들인들 무덤 속에서 편할까.

a 무덤 2

무덤 2 ⓒ 정판수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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