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똥 밟을 확률'은?

[아가와 책 41]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똥>·<똥 밟을 확률>

등록 2006.09.14 10:41수정 2006.09.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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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똥을 싸면 방구가 나오고 똥 먹는 아이도 있대."
"서현아, 엄마가 똥 얘기 하지 말랬지? 자꾸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해."


내 친구와 그 딸이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똥 얘기를 좋아한다. 엄마들은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괜히 민망해진다. 지저분한 이야기를 일부러 밥상머리에서 늘어놓는 아이도 있으니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하다.


책 읽기는 싫어하고 이런 괴짜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두 권의 똥 이야기로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보면 어떨까? 한 권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동화 <강아지똥>이고 또 한 권은 똥 이야기를 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전달하는 외국 동화책 <똥 밟을 확률>이다.

아이에게 세상의 가장 낮은 목소릴 들려주자

a 책 <강아지똥>

책 <강아지똥> ⓒ 길벗어린이

<강아지똥>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더럽다고 피해가는 강아지 똥에 대한 이야기다.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똥이라고 놀림을 받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버림받는 강아지 똥. 심지어는 지나가는 새들까지도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강아지 똥을 천대한다.

너무 슬픈 강아지 똥이 어느 비 오는 날 만나게 된 것은 바로 민들레 싹이다. '너는 뭐니?' 하고 묻는 강아지 똥에게 민들레 싹은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라고 대답해 준다.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애… 그렇구나…."


강아지 똥은 부러운 마음에 한숨만 나온다. 그러자 민들레 싹이 이야기한다. 자기가 꽃을 피우려면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그건 바로 거름이 되는 강아지 똥이라고 말이다. 강아지 똥은 자기의 몸을 고스란히 녹여 민들레 싹을 키우고 예쁜 꽃을 피운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나름대로의 쓸모와 가치가 있다는 사고를 담고 있다. 원래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가 읽으면 좋을 정도의 글자수를 갖고 있지만 어른과 청소년이 읽어도 감동적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선량한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게 하여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 도움이 된다.

과연 '똥 밟을 확률'은?

a 책 <똥 밟을 확률>

책 <똥 밟을 확률> ⓒ 됨됨

이렇게 따뜻한 동화로 꾸며진 것 외에도 재미있게 수학 상식을 알려주는 똥 얘기도 있다. 프랑스의 생물학자인 안느 장부아가 그림책 작가인 마티스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쓰게 된 이 책은 아주 재미있게 '확률'의 개념을 설명한다.

"젖소가 만드는 것: 우유와 쇠똥.
우유는 괜찮아요! 누구나 마시니까요.
하지만, 쇠똥은…
둘 중에 하나: 목장에 떨어질 때와……길에 떨어질 때.
목장에 떨어지면 괜찮아요!
그러나 길에 떨어지면…
둘 중에 하나: 사람이 없을 때와……사람이 있을 때."


책은 이런 식으로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어떤 쪽으로 가게 되는가에 따라 일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쇠똥이 목장과 길 중 어디에 떨어질까? 길에 떨어지면 사람이 지나가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 사람이 지나가지 않으면 괜찮지만 사람이 지나갈 경우에는 또 두 가지의 경우가 발생한다.

사람이 가게 되면 다시 두 가지의 경우다. 쇠똥을 볼 경우와 못 볼 때. 사람이 쇠똥을 보면 다행이지만 못 보면 다시 또 두 가지의 가능성이 열린다. 옆으로 지나갈 때와 앞으로 지나갈 때.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결국 똥을 밟게 된다. 이럴 때가 바로 '똥 밟을 확률'이 되는 것이다.

'확률'이라는 수학적 개념은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어려운 단어인데다가 자칫 하면 딱딱한 설명으로 얘기해 주기 쉽다. 이 책은 이렇게 어려운 개념을 재미있는 똥 이야기와 '똥을 밟을 확률'로 이야기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책의 마지막에는 총괄적인 정리와 화살표로 사람이 똥 밟을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그려 놓았다.

아이에 따라 책 읽기를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런 아이에게 그들이 흥미로워하는 소재를 다룬 책으로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관심을 유도해 보자. 그러면 아이들은 책이란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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