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명품 '소금'

[섬이야기49] 전남 신안군 신의면

등록 2006.10.23 14:28수정 2006.10.23 17:09
0
원고료로 응원
우리나라에서 소금농사를 짓는 사람이 가장 많은 섬, 길을 따라 굽이굽이 고개를 넘으면 구미마다 크고 작은 소금밭이 일구어 살아가는 섬, 그 섬이 전남 신안군 신의면에 있는 '신의도'다.

그곳에는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는 갯벌과 소금밭에 기대어 180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1930년대부터 크고 작은 섬을 연결하는 간척사업은 1970년대 초반 당두, 신원, 신제방, 소동면 방조제들이 완공되면서 크게 양분된 하태도와 상태도를 연결하였다.


a 좋은 갯벌은 질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이다.

좋은 갯벌은 질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이다. ⓒ 김준

a

ⓒ 김준

하늘이 짓는 소금농사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갯벌이 발달한 서해와 서남해 해역의 도서연안지역에서 소금밭을 쉽게 볼 수 있었다. 1997년 시장이 개방되면서 중국과 호주를 비롯한 값싼 외국 소금들이 들어오면서 우리 염전은 큰 타격을 받았다.

시화호, 화흥호, 새만금 등 크고 작은 간척사업으로 염전이 사라지더니, 이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의해 소금밭을 폐전시켰다. 보상금이라고 주었지만 달리 전환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일부 양식장으로 모양을 바꾼 것을 제외하면 모두 방치되고 있다.

다행히 신의도에서는 10여 명만 구조조정을 신청했을 뿐 작은 염전도 그대로 소금을 내고 있다.

1906년 인천 주안염전에서 천일염 생산에 성공한 이후 40년 만에 신안 비금지역에 천일염이 소개되었다. 평양 귀성염전에서 기술을 습득한 손봉훈과 박삼만 두 분이 비금면 수림마을의 갯벌을 막아 천일염 생산에 성공하면서 인근 섬으로 확산했다. 신안지역에서는 비금도, 증도와 함께 신의도가 대표적인 소금생산지역이다.


a 크고 작은 섬을 연결하고 메워 소금밭을 만든 신의도, 왼쪽 섬은 하의도다.

크고 작은 섬을 연결하고 메워 소금밭을 만든 신의도, 왼쪽 섬은 하의도다. ⓒ 김준

천일염전을 이용해 소금을 내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바람과 햇볕에 맡기고 기다려야 한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햇볕과 바람의 양을 보고서 염전에 간수의 양을 조절하는 정도다. 이것도 공식이 없다.

농사짓는 농부들이 논마다 특성을 알고서 시비와 물의 양을 조절하여 관리하듯 소금밭도 각각 다른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같은 소금밭이라도 특성에 따라 물의 양과 염도를 조정해야 한다. 나머지는 모두 하늘에 맡겨야 한다. 하늘이 내려준다 하여 '천일염'이라 하지 않는가.


욕심을 버리고 기다려야

욕심을 부린다고 소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성을 쏟아서 간수를 만들고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염부'가 할 일이다. 소금밭을 닦고 정성을 들이면 하늘이 주는 소금의 양도 달라진다.

신의도의 소금밭은 다른 지역의 소금밭보다 잘 정비되어 있고 관리도 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금도 훨씬 많이 낼 뿐만 아니라 품질도 좋다. 신의도 전체 가구의 50%에 이르는 250가구가 550ha의 소금밭에서 일 년에 6만6000M/T(metric/ton : 1천킬로그램을 1톤으로 하는 중량 단위)으로 약 11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소금밭은 크게 저수지, 누치, 난치, 누테, 결정지로 구분한다. 누치와 난치는 증발지에 해당하며, 결정지는 소금을 만드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저수지에서 결정지까지 5-7일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결정지에 들어가는 간수의 염도는 25도 정도이며 아침에 간수를 앉히면, 오후 4-5시 무렵부터 소금을 거둔다.

신의도가 소금을 많이 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갯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아 소금생산 적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a

ⓒ 김준

a

ⓒ 김준

a

ⓒ 김준

우리가 매일 먹는 천일염은 식품이 아니라 쇠와 같은 광물이다. 최근 천일염을 식품화 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식품화에 앞서서 천일염전에서 만들어낸 소금이 식품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염전시설, 위생, 규격화 등에 많은 연구와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작은 규모의 염전을 운영하고 있는 염부들이 책임질 수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대목이다. 천일염의 식품화가 지금껏 소금밭을 지켜온 주민들을 몰아내고 대기업만 살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