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도 없는데 벽돌부터 올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착시현상 심각한 정계개편 환상

등록 2006.10.27 10:02수정 2006.10.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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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목희 기획위원장이 25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재보궐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목희 기획위원장이 25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재보궐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착시현상이 심각하다. 정계개편만 되면 대선에서 승리할 것처럼 말한다.

방법이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갖가지 방안을 쏟아낸다. 통합전당대회 주장과 조기전당대회 주장이 맞선다. '헤쳐모여'와 '리모델링'을 놓고 갑론을박한다.

부질없다. 숲속에서 현미경을 들이대는 꼴이다. 다시 묻자. 어찌어찌해서 정계개편에 성공한다고 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정계개편의 위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두 번의 대선을 꼽는다. '뭉치면 산다'고 한다. 그렇다고 치자. 중요한 게 빠졌다. '뭉침'의 당위만 강조할 뿐 '뭉침'과 '헤침'의 방정식은 돌아보지 않는다.

97·02, 두 대선의 승리 방정식

a 지난 2002년 11월15일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합의한뒤 서로를 얼싸안고 있다.

지난 2002년 11월15일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합의한뒤 서로를 얼싸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97년 대선 승리의 비결을 DJP연합으로 꼽는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100% 정답이 되려면 요소 하나를 추가해야 한다. 이인제 후보다. 이인제 후보가 500만에 달하는 범한나라당 지지표를 잠식했기에 DJP연합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니까 97년 대선 승리의 비결은 DJP연합이 아니라 DJP·이인제 연합이었다.

2002년 대선 승리의 비결은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적자'라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10%대에서 맴돌았다. 민주개혁세력과는 별 인연이 없던 정몽준 후보가 끌고 온 표가 더해지고 나서야 겨우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의 대선이 어떤 방정식을 제시하는지는 자명하다. 민주개혁이든 평화번영이든 색깔 계통이 비슷한 사람들만 뭉쳐서 승리를 일군 게 아니다. 색깔이 어떻든 한나라당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작위로 모이고, 여기에 '트로이 목마'까지 동원하고서야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럼 작금의 상황은? 두 번의 대선이 치러질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최대의 공통분모였던 '반한나라당 정서'는 많이 퇴색됐다. 색깔이 엷어진 그 자리에 '반노무현 정서'가 들어섰다. 멍석이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멍석에 올라갈 사람도 미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탈당을 전제로 '헤쳐모여'를 운위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같이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겨레>가 전한 사실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계개편 논의가 지역 분할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개혁세력, 평화번영세력의 범주에 묶인다는 사람들이, 그것도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으르렁 대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정계개편 방법론

더 결정적인 문제, 트로이 목마는 어디서도 찾을 길 없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약진세가 당내에까지 뻗치면서 일단 순탄대로를 달리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방법론을 놓고 티격태격한다. 설계도를 짜기도 전에 벽돌부터 올리고 보자는 태도다.

이해 못할 건 없다. 절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 설계도가 제대로 됐는지는 쌓아봐야 아는 법이다. 정계개편의 속성상 진행하면서 타협을 보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는 여러 방법들이 다급성 이외의 다른 요소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적합성과 현실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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