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기

[달내일기 79] 시골의 농산물을 팔아주다

등록 2006.11.06 13:32수정 2006.11.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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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오래도록 벼를 말리다
햇볕에 오래도록 벼를 말리다정판수
그저께 언양에 사는 처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구마와 배를 팔아달라는 거였다. 처형댁, 즉 큰동서댁은 농사를 많이 짓는다. 자기네 논밭도 많지만 도시인들이 사놓은 투기성 논밭을 빌어 곡식과 채소를 심는다.


그 때문에 우리가 덕을 많이 본다. 고구마, 감자, 호박, 무·배추, 콩, 흑미(黑米), 기장 등을 시시때때로 얻어먹는다(올해는 우리도 심은 터라 그 양이 줄었지만). 아내에게는 친정이 따로 없다. 바로 언니네가 친정인 셈이다. 애써 힘들게 지은 농사를 그저 얻어먹는다면 너무 염치가 없으니 쌀과 고추만은 다른 사람에게 팔 때와 똑같이 돈을 준다.

그런데 가까운 친척들에게 나눠주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을 때는 팔 수밖에 없다. 논밭이 많다 보니 나오는 작물도 많다. 특히 '언양배(울산배)'라는 프리미엄을 얹고 팔리는 배는 수입원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요즘 날마다 마시고 있는 배즙
요즘 날마다 마시고 있는 배즙정판수
그런데 올해 배의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비가 올 때는 왕창 오고 오지 않을 때는 가뭄이었으니 씨알이 잘고 맛도 예전에 비해 못하다고. 그래서 그냥 내놓으면 제 값 받기 힘들다고 생각해 궁리 끝에 도라지 등의 한약재를 넣어 배즙을 짜서 팔기로 했단다.

그 말에 내가 가장 기뻤다. 배즙은 목 보호에 가장 효과가 있다. 목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자주 쉬는 터라 나도 필요하지만…. 가만 생각하다가 동료교사들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시골에서 생산되는 것 중에 남는 게 있으면 팔아야 한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에겐 판로가 만만치 않다. 그걸 뚫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생산자의 입장에선 팔아서 좋고 소비자는 헐하고 좋은 제품을 구입해서 좋을 텐데도 말이다. 물론 대규모 농산물이 나오는 곳에서는 나름대로 판로가 있으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고전이다.


벼를 판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 벼메뚜기
벼를 판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 벼메뚜기정판수
그동안 학교에서 교내 메신저를 통해 하도 농산물을 소개하다 보니 선생님들은 나를 보면 "요즘 뭐 팔 게 없어요?"한다. 놀리는 투의 말이라는 걸 알지만 "조금 있으면 또 광고 나갈 겁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게 많으니까요"라고 한다.

대답을 하다 보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지지난주 우리 마을 이웃집 할머니가 팔아달라고 해서 '메뚜기 한 되에 3만원'이라고 메신저에 띄웠더니 한 여선생님이 와서 살짝 말하기를, "메뚜기 농법으로 지은 쌀은 그렇게나 비싸요?"라고 한다. 그러니 그녀는 메뚜기를 파는 게 아니라 메뚜기 농법으로 지은 쌀을 생각했던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동안 별의별 걸 다 팔아주었다. 달내마을의 자랑인 오디부터, 다래와 감자와 참나물과 고추 등…. 다행스러웠던 건 다들 먹어본 이들이 다음에 또 나거들랑 꼭 잊지 말고 소개해 달라고 했던 점.

앞으로 소개해 줄 주요 품목은 쌀이다. 달내마을의 쌀은 품질 면에서 우수하다. 바인더로 베어 말릴 때까지 전 과정이 모두 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콤바인으로 수확하여 건조기에 말린 쌀과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 또 지역적으로 외떨어진 곳이라 병충해가 적어 다른 곳보다 농약을 적게 치거나 거의 치지 않기에 그로 인한 해도 적다. 이만 하면 좋은 쌀이 아니겠는가. 이런 점을 강조하여 소개해야겠다.

달내마을의 특산인 오디
달내마을의 특산인 오디정판수
그리고 집집마다 몇 그루씩 열린 감도 단감이 거의 없고 참감이 대부분이다. 참감은 토종감인데 완전히 익기 전에는 떫은 기가 많아 먹기 힘든 반면에 홍시가 되면 제 맛이 난다. 뿐이랴, 그걸로 만든 곶감은 또 어떻고.

이렇게 이어가다보니 채소도 추천할 만하다. 벼와 같은 이유로 역시 약을 적게 치고 비료도 적게 뿌리고, 대신에 거름을 많이 넣은 밭에서 생산되는 거라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물의 공급이 원활하여 생육에 좋은 조건이다 보니 맛도 특별하고….

문득 '혼자만 잘 살면 뭔 재민겨?' 하는 전우익님의 글이 생각난다. 거기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달리 말하면 도시인만 잘 사는 게 아니라(사실은 도시인들 중에 시골 사람들보다 못 사는 이가 많지만) 시골 사람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이 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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