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의 사이버 공격이 시작됐어"

[取중眞담] 홍준표 "집값 가지고 장난쳐? 천민자본주의다"

등록 2006.11.30 11:54수정 2006.11.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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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국적법 개정안 통과 이후 국적포기자 부모중 공무원 명단을 공개했다. 홍 의원은 법무부가 보낸 이 서류에는 부모 이름이 빠져 있는등 부실자료라며 법무부를 비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국적법 개정안 통과 이후 국적포기자 부모중 공무원 명단을 공개했다. 홍 의원은 법무부가 보낸 이 서류에는 부모 이름이 빠져 있는등 부실자료라며 법무부를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이른바 '반값 아파트' 정책이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된 지난 29일 저녁 6시께. 붉은색 점퍼 차림의 홍준표 의원은 국회 환노위원장실에 앉아 노트북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위원장실에 들어온 기자를 한동안 본체만체 하더니, 노트북에서 시선도 떼지 않은 채 한 마디 한다.

"최 기자, 오늘은 나 칭찬 좀 해주라."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고, 그 기사가 각종 언론사, 포털사이트에 올라간 뒤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네티즌 반응이 좋더냐?'는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네면서 환하게 웃을 그를 기대했으나, 노트북에서 눈을 뗀 홍 의원은 오히려 발끈했다.

"토지공사 애들의 (사이버) 공격이 시작됐어. 토공은 내 법안을 발벗고 반대할 수밖에 없지. 지금까지 자기들이 분양가 부풀려서 이익 챙기고, 그것을 건설사가 또 부풀려서 시행업체에 맡기고, 시행업체는 업체대로 다시 부풀리고…. 그러니까 집값이 오르는 거야. 이제 이 법 통과되면 토공에서 땅 장사, 집 장사 한다고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는 일은 없을 거야."

'토공도 토공이지만 네티즌들도 반값 아파트에 대해 여러가지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고 대꾸하자, 홍 의원은 "뭐든지 다 물어봐. 다 말해줄게"라며 자신만만하다.


"내가 검사 출신이야. 수사 할 때도, 사전에 철저하게 증거 조사해서 피의자가 진짜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만든 뒤에야 소환해 오는거야. 이 법 만들면서도 그런 반대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보완 작업을 충분히 했지."

법안의 당론 채택과 함께 홍 의원의 일정도 바빠졌다. 보좌관이 들어와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되는 빽빽한 방송 출연 스케줄을 보고했다. 홍 의원은 오히려 신이나는 모양이다. 보좌관이 낮 12시부터 시작되는 방송 스케줄을 들이밀며 "점심 식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홍 의원은 단번에 "상관없다"며 오케이 사인을 했다.


'반값 아파트' 정책은 당내에서도 반대론이 적지 않았다. 보수성향 인사들은 토지공개념식의 '좌파 정책'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법안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홍 의원이 당 지도부를 일일이 만나 로비를 벌인 결과다.

홍 의원은 "누구는 말이 안 통해서 설득하다 포기하고, 누구는 간신히 설득했다"는 식으로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해 가며 당론 추진 과정에서의 어려웠던 점을 호소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이 많이 도와줬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형오 원내대표에게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사실 한나라당은 부동산 대란 속에서도 제1 야당으로서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왔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홍준표 아파트'로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리 당에 꽉 막힌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예전 같았으면 그 사람들 설득하는 것 포기하고, 법안만 발표한 다음에 알아서 하라고 획 던지고 말았을 거야. 근데 이게 워낙 중요한 문제라서 의원들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득했지.

왜 '반값 아파트'라는 표현을 쓴 줄 알아? 그렇지 않았으면 당론으로 못했어. 이게 국적법과는 달라. 국적법은 당론으로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추진했지만 이 법안은 당론으로 하지 않으면 힘들어. 토공뿐만 아니라 자본을 가진 부동산 세력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 뻔하니까."


홍 의원은 지난해 '이중국적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를 원천봉쇄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반값 아파트 정책은 제2의 국적법인 셈

a 3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에서 아파트반값법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박종근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에서 아파트반값법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박종근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 의원은 "국적법의 경우 '열린 애국주의'를 기반으로 한국 사회에 호소한 경우"라며 "'반값 아파트'는 선진 강국 시대로 가기 위해 한국 사회의 주택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는 초석을 놓은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국적법'의 2탄이 '반값 아파트'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성 없이 국민 정서에만 기대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홍 의원은 어떻게 '반값 아파트'를 생각해 냈을까?

"16대 국회 때 재정경재위원회에 있었는데, 주택으로 몰리는 돈의 흐름을 막아서 산업으로 돌리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착륙했지만 우리는 연착륙을 해야 돼.

처음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아이디어를 찾았고, 주택공사에서 검토한 안을 받아들고 싱가포르에 갔어. 싱가포르의 '반값 아파트(HDB)'를 직접 보고 돌아와 한국 사회 현실에 맞게 각색한 거야."


홍 의원이 '반값 아파트' 정책을 처음 내놓은 것은 지난 5월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을 때였다. 그리고 법안을 완성한 것은 8월이었다. 그런데 왜 그 때 추진하지 않고 지금와서 터뜨린 것일까?

"기다렸지. 올 하반기에 부동산 대란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거든. 부동산 대란이 왔기 때문에 내 법안에 대해 사람들이 반대를 못하는 거야."

병역 기피를 위해 이중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부유층 자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내놓은 것이 국적법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홍 의원은 분명 '정치꾼'인 셈이다.

홍 의원의 말을 정리해 보면 '반값 아파트'가 당론 채택까지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받쳐줬기 때문이다. 우선 국적법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앞장서서 '서민을 위한 반값 아파트' 정책의 근본 취지를 정면으로 반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국민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도 '반값 아파트'의 추진력이 됐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때'를 기다린 홍 의원의 정치적 감각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소위 집 가지고 돈을 벌려고 장난치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의 발로야. 한나라당의 이념인 공동체 자유주의와도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라구. 공동체 자유주의가 뭐야? 타인을 배려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부동산 투기를 근원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해."

저녁 8시경, 홍 의원은 보좌관을 불러 저녁 스케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노트북을 덮었다. 책상에서 일어선 그는 "운동이나 좀 해야겠다"며 웃어보인 뒤, 붉은색 점퍼 깊숙이 두 손을 찔러넣은 채 위원장실을 나섰다.

a 홍준표 의원은 '반값 아파트' 정책이 당론으로 채택돼는 데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1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의원과 전재희 의원이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선출됐을 당시 홍준표 의원이 활짝 웃는 모습.

홍준표 의원은 '반값 아파트' 정책이 당론으로 채택돼는 데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1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의원과 전재희 의원이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선출됐을 당시 홍준표 의원이 활짝 웃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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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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